증시 랠리에 '마통'까지 열었다...5대 은행 신용대출 2.6조 급증

5대 은행 신용대출 한 달 새 2조6496억원 증가…주담대 증가액의 100배 웃돌아 마이너스통장 잔액도 2조1426억원 불어…증시 활황 속 투자 자금 수요 집중 신용대출 금리 상단 6% 육박…은행권 "건전성 악화 가능성 예의주시"

2026-06-01     이준성 기자
서울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5대 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분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아닌 신용대출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신용대출은 2조6000억원 넘게 불어난 반면 주담대 증가액은 250억원에 그치면서 두 대출의 증가 폭이 100배 이상 벌어졌다.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가운데 투자 자금 수요가 신용대출과 '마통(마이너스통장)'으로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1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28일 기준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06조990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말 104조3413억원과 비교하면 한 달이 채 안 돼 2조6496억원 늘어난 규모다.

이번 증가 폭은 코스피가 3200선을 처음 넘어섰던 지난 2021년 4월 이후 가장 크다. 당시 5대 은행의 개인 신용대출은 한 달 새 6조8401억원 증가한 바 있다. 신용대출 잔액 역시 2023년 11월 말 107조7191억원 이후 약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는 주담대와는 사뭇 대조적인 흐름이다. 5대 은행의 지난달 28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12조2693억원으로, 4월 말 612조2443억원보다 25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 4월에는 주택담보대출이 1조9104억원 증가하며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불었지만, 지난달 들어서는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했다.

지난달 증가액만 놓고 보면 개인 신용대출 증가분은 주택담보대출의 100배를 훌쩍 웃돈다. 잔액 규모 자체는 주택담보대출이 신용대출보다 훨씬 크지만, 월간 증가율 기준으로도 신용대출은 2.54% 늘어난 반면 주택담보대출은 0.004%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가계대출 전체 잔액도 신용대출 확대에 영향을 받았다. 5대 은행의 지난달 28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70조2728억원으로, 4월 말 767조2960억원보다 2조9768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8월 3조9251억원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특히 신용대출 증가는 마이너스통장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5대 은행의 개인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월 말 39조7877억원에서 지난달 28일 41조9303억원으로 2조1426억원 늘었다. 이는 실제 사용된 대출 잔액 기준으로, 월간 증가액이 2조원을 넘어선 것은 2021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잔액 수준 자체도 높아졌다. 5대 은행의 개인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역대 월말 기준으로 2022년 12월 말 42조546억원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통상 급여 지급일이 몰린 25일 전후에는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난달에는 21일 41조2822억원에서 28일 41조9303억원으로 오히려 6500억원가량 더 늘었다. 월급 유입 이후에도 대출 상환보다 추가 차입 수요가 더 강하게 나타난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증시 활황이 신용대출 증가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면서 주식 투자에 나서려는 차주들이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문제는 신용대출 금리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5대 은행의 지난달 29일 기준 신용대출 금리는 1등급·1년 만기 기준 연 4.16~5.85% 수준으로, 상단이 6%에 가까워졌다. 지난해 말 연 3.84~5.36%는 물론 중동 전쟁 불확실성이 커졌던 올해 3월 말 연 3.85~5.53%보다도 높다.

향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현실화할 경우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신용대출은 담보대출보다 금리 수준이 높고 시장금리 변화에 민감한 만큼, 투자 목적 차입이 늘어날수록 여신 건전성 관리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는 당국 규제 영향으로 영업 여력이 제한된 상황"이라며 "최근에는 증시 강세와 맞물려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을 활용한 투자 자금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이 단기간에 빠르게 늘어난 만큼 향후 건전성 악화 등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