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DEX·TIGER만 웃었다...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흥행 속 시장 양극화 가속

삼성 KODEX·미래 TIGER...SK하이닉스 레버리지 거래대금 압도 낮은 총보수도 무력화…유동성·브랜드 파워 앞세운 대형사 독주

2026-06-01     나희재 기자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가 상장 직후 폭발적인 거래대금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자금이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대형 운용사에 집중되면서 ETF 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지난 27일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의 누적 거래대금은 상장 사흘째인 29일까지 총 27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에 힘입어 급등세를 보인 SK하이닉스의 주가 변동성을 활용하려는 투자 수요가 집중된 영향이다. SK하이닉스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의 수익률이 최고 28% 안팎까지 치솟자 개인투자자들의 단기 매매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일부 상품은 기존 대표 지수형 레버리지 ETF를 넘어설 정도의 거래량과 거래대금을 기록하며 국내 증시 거래대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흥행의 과실은 삼성자산운용(KODEX)과 미래에셋자산운용(TIGER) 등 대형 운용사에 집중됐다.

상장 후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대금을 살펴보면 삼성자산운용의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가 약 3조7000억원으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도 약 2조원의 거래대금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반면 KB자산운용의 ‘RISE’, 신한자산운용의 ‘SOL’, 한화자산운용의 ‘PLUS’ 등 후발 주자들의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거래대금은 각각 수백억원에서 1000억원대 수준에 머물렀다. 양대 운용사의 거래 비중이 전체의 90%를 웃돌며 사실상 시장을 독식한 셈이다.

특히 후발 운용사들이 내세운 파격적인 보수 인하 전략이 시장에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한화자산운용 등은 투자자 유치를 위해 총보수를 연 0.0901% 수준까지 낮췄다. 이는 삼성자산운용의 연 0.29%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ETF 시장에서는 낮은 보수가 장기 투자에 유리한 요소로 평가받지만, 이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사실상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총보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KODEX 상품에 투자자 자금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투자 특성에 원인이 있다고 분석한다. 해당 상품은 장기 투자보다 일간 주가 변동성을 활용한 초단기 매매 성격이 강한 만큼, 보수 차이보다 풍부한 유동성과 좁은 호가 스프레드가 실제 수익률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상장 전부터 2조4000억원 규모의 초기 설정액을 확보하며 시장 주도권을 선점했다. 풍부한 거래량을 바탕으로 촘촘한 매수·매도 호가를 제공할 수 있었던 점도 투자자 유입을 이끌었다.

반면 거래량이 부족한 후발 운용사 상품은 호가 스프레드 확대와 시장충격 비용 증가라는 한계를 드러냈다. 실제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보수 절감 효과를 상쇄했다는 평가다.

유동성공급자(LP) 역량 차이로 인한 괴리율 관리 문제도 후발 주자들의 약점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상장 초기 일부 상품에서는 순자산가치(NAV) 대비 시장가격 괴리율이 크게 확대됐다. 신한자산운용의 ‘SOL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괴리율이 마이너스(-) 1.36%까지 벌어졌고, 한화자산운용의 ‘PLUS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 역시 플러스(+) 0.89% 수준의 괴리율을 기록했다.

운용 구조 차이도 투자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자산운용은 운용사와 지정참가회사(AP), LP가 기초자산 현물을 직접 주고받는 ‘현물 납입형’ 구조를 채택해 거래비용과 추적오차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했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현금 납입형’ 구조를 통해 호가 스프레드 축소에 초점을 맞췄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운용 방식의 차이까지 활발하게 논의됐지만, 후발 운용사 상품들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이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시장은 브랜드 인지도와 마케팅 역량, LP의 유동성 공급 능력이 결합된 대형 운용사 중심의 승자독식 구조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사례”라며 “단순한 보수 경쟁만으로는 시장 점유율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