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알고리즘] 8조짜리 배달통… 새 주인의 청구서는 누가 받나
8조 원.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을 내놓으며 붙인 가격표다. 2019년 4조7500억 원에 사들인 지 7년 만이다. 배 가까이 남기는 장사다. 네이버와 우버 컨소시엄이 인수 의향서를 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가 들썩였다. '초대형 M&A', '40조 배달 시장의 판도 재편'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그런데 이 거래에서 정작 가장 중요한 당사자들은 없다. 매일 밤 치킨을 시키는 2000만 명의 이용자들, 수수료와 배달비 사이에서 마진을 쥐어짜는 전국의 자영업자들. 이들에게는 아무도 묻지 않는다.
배달의민족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사람들은 "편리하다"고 반겼다. 전화 한 통 대신 앱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됐다. 2019년 DH가 인수한다고 했을 때도 많은 이들이 우려했다. 수수료가 오를 거라고. 실제로 올랐다. 배달비도 올랐다. 라이더 처우도 달라졌다.
그리고 이제 또 새 주인을 찾는다.
배달의민족의 지난해 매출은 5조2829억 원이다. 이 돈이 어디서 왔는지는 명확하다. 떡볶이 배달비 4000원, 중국집 배달비 3000원, 주문중개수수료 6.8%. 이 플랫폼은 음식을 만들지 않는다. 물류 창고도 없다. 자영업자와 소비자 사이에 자리를 잡고 양쪽에 요금을 받는 구조다. 그 구조만으로 연 5조 원을 번다.
문제는 8조에 팔린 이 플랫폼을 누군가 다시 사야 한다는 데 있다. 인수 기업은 그 투자금을 어떻게 회수할 것인가. 배달비를 더 올리거나, 수수료율을 높이거나, 멤버십 요금을 조이는 방법 외에 달리 없다. 결국 그 청구서는 치킨집 사장님 앞으로, 그리고 앱 화면의 '결제 금액'란으로 날아온다.
네이버가 배민을 품으면 검색-쇼핑-결제-배달-지도가 하나로 묶이는 구도가 된다. 편리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편리함이 독점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0년 DH의 배민 인수를 승인하면서 요기요 매각을 조건으로 내건 것도 그래서였다. 지금 시장에는 배민과 쿠팡이츠만 남았다. 경쟁이 사라진 자리에서 소비자의 선택지는 무엇인가.
독일 기업은 7년 동안 한국 밥상 위에서 돈을 벌었고, 이제 8조를 챙겨 나간다. 한국인들이 배달비를 내고 키운 플랫폼이다. 그 이익은 프랑크푸르트로 날아갔고, 다음 주인에게 돌아갈 청구서는 다시 우리 앞에 놓인다.
편리함에는 항상 값이 있다. 다만 그 값을 누가 정하는지, 우리는 한 번도 제대로 따진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