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확보 가속...신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증권, 거래소 지분 투자 및 경영 참여 확대 디지털자산기본법·거래소 인가제 논의 속 선제적 인프라 확보 경쟁 본격화 STO 제도화 맞물려 ‘주식+코인’ 통합 플랫폼 구축…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국내 증권업계가 주식 위탁매매 중심의 기존 수익 구조를 넘어 가상자산 거래소와의 협업 및 지분 투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 투자 차원을 넘어 거래소 운영 인프라를 금융 시스템과 연결하고 경영 참여까지 확대하며 디지털 자산 기반의 신규 수익원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29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지분 확보와 디지털 자산 사업 확대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회 를 중심으로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가상자산 거래소 인가제 도입 가능성과 STO 제도화 논의가 맞물리면서 금융권 내에서는 ‘금융·가상자산 분리’ 기조가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전통 금융의 신뢰도와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며 경영 참여를 공식화했다. 회사는 코빗 거래 엔진을 자사 금융 시스템과 직접 연결하는 방식의 사업 고도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과 가상자산을 단일 플랫폼에서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 서비스를 통해 리테일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비이자수익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에 대한 전략적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 및 신성장동력 확보에 나섰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계약을 통해 컴투스홀딩스가 보유한 구주 6만8894주와 신규 발행 주식 9만716주를 포함해 총 15만9610주를 취득할 예정이다.
이번 투자로 한국투자증권은 차명훈 대표(30.36%), 컴투스홀딩스(24.54%)에 이어 약 20%의 지분을 확보하며 코인원 3대 주주에 오르게 된다. 한국투자증권은 단순 지분 투자에 그치지 않고 코인원과 함께 디지털 금융 신사업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토큰증권(STO)과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 법제화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의 전통 금융 서비스와 코인원의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금융사의 내부통제 및 리스크 관리 노하우를 접목해 코인원의 신뢰도와 거래 안정성도 강화할 방침이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전통 금융의 경계를 넘어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금융 신사업으로 진출하는 첫걸음이 시작됐다”며 “한국투자증권과 코인원, OKX, 컴투스 각 사의 서비스와 혁신 기술을 융합해 강력한 비즈니스 시너지를 창출하고 디지털 금융 시장 선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투자증권의 컴플라이언스 역량을 결합해 건전한 디지털자산 생태계를 구축하는 한편, 향후 토큰증권 기반 혁신 금융상품 출시와 스테이블코인 연계를 통해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을 선도하는 핵심 플레이어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증권 역시 디지털 자산 시장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증권은 두나무와의 협력을 통해 토큰증권 발행·유통과 가상자산 서비스 등 디지털 자산 전반에서 사업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증권은 공시를 통해 두나무 보통주 69만7487주를 약 3063억원에 취득한다고 밝혔다. 이는 두나무 지분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취득 예정일은 오는 6월 19일이며 전액 현금 매수 방식으로 진행된다.
삼성증권은 “디지털 자산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와 시너지 확보를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이번 취득 금액은 삼성증권 자기자본 대비 3.8% 수준이다.
증권사들이 최근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 확보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STO시장의 제도적 안착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 STO는 향후 증권사의 핵심 기업금융(IB) 사업 중 하나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평가된다. 특히 STO를 유통할 수 있는 거래 인프라를 확보할 경우 발행·수탁·유통 전반을 아우르는 디지털 금융 생태계 구축이 가능해진다.
업계에서는 거래소 지분 확보를 통해 블록체인 원장 기술을 내재화하고, 주식·채권 중심의 기존 금융 상품 외에도 미술품·부동산·음원 등 다양한 실물자산 기반 투자상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가상자산 시장 특유의 가격 변동성과 규제 변화는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거래소 기업가치가 시장 상황에 따라 급변할 경우 증권사의 영업외손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향후 가상자산 거래소가 인가제로 전환되고 제도권 금융의 감독 체계 안으로 편입되면 변동성 리스크 역시 일정 부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전통 금융의 자산관리 역량과 디지털 자산 기술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결합하느냐가 향후 수익성과 기업가치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규 디지털 금융 인프라 확보를 통한 증권업계의 수익원 다변화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