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AI '깐부' 엔비디아-LG…젠슨 황 방한에 '구광모 드림팀' 총출동 가능성

"피지컬 AI 시대의 원유는 데이터"…엔비디아가 LG에 주목하는 이유 LG전자·LG CNS·LG이노텍 총출동?…'LG 패키지 딜' 성사 여부 관심

2026-05-29     김지윤 기자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내달 방한이 가시화되면서 재계의 시선이 LG그룹으로 쏠리고 있다. 지난해 방한에서는 일정 문제로 성사되지 못했던 젠슨 황 CEO와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회동이 이번에는 유력한 상황이다. 

특히 시장에서는 피지컬 AI를 중심으로 한 전 그룹사 차원의 전략 협력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LG전자의 휴머노이드 사업은 물론 지주사의 AI 모델, LG이노텍의 반도체 기판 및 로봇 센서, LG CNS의 로보틱스 플랫폼 등 LG 주요 계열사가 모두 피지컬 AI 밸류체인에 포진해 있는 만큼, 각 계열사의 수장들이 배석해 전 그룹사 차원의 협력 청사진을 제시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젠슨 황 CEO는 내달 대만 컴퓨텍스 2026(1~4일) 일정을 마친 뒤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APEC 정상회의 기간 방한 당시에는 황 CEO가 공식 행사 위주의 일정을 소화하고 사업 논의는 물밑에서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실질적인 협력 논의가 속속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에서는 황 CEO가 이번 방한 기간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만나 피지컬 AI 협업 확대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가 최근 로봇과 자율기계 중심의 피지컬 AI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LG가 보유한 데이터·하드웨어 역량을 활용한 협력 방안이 주요 의제로 오를 전망이다.

구광모

"LG는 데이터 원유 기업", 엔비디아와의 윈윈 전략 주목

시장에서는 엔비디아가 LG와의 협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피지컬 AI는 생성형 AI와 달리 실제 공간에서 움직이고 판단해야 하는 만큼 현실 세계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데이터는 피지컬 AI 시대의 '원유'로 평가받는 배경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LG는 엔비디아가 원하는 거의 모든 요소를 갖춘 파트너로 꼽힌다.

LG전자는 글로벌 최대 가전 기업으로 수억대 규모의 가전과 스마트홈 기기를 운영하며 생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또한 전장(VS) 사업을 통해 차량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매틱스 데이터, 여기에 스마트팩토리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업 데이터와 빌딩·에너지 관리 데이터까지 보유하고 있다. 가정·공장·빌딩·모빌리티를 아우르는 현실 데이터를 확보한 드문 기업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엔비디아는 LG가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해 피지컬 AI 모델을 고도화할 수 있고, LG는 엔비디아의 GPU와 로봇용 AI 플랫폼을 활용해 자사 로봇과 스마트홈 생태계의 지능화를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협력을 모색 중이다. 엔비디아가 AI의 뇌를 담당한다면 LG는 AI가 학습할 현실 세계를 제공하는 역할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최근 글로벌 행사에서 LG전자의 휴머노이드 클로이드(CLOiD)를 소개하며 양사 협업 사례를 꾸준히 부각해왔다. 올해 1월 미국에서 열린 CES에서도 엔비디아는 피지컬 AI 생태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LG전자를 주요 파트너 가운데 하나로 언급하며 협력 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패키지 딜' 강한 LG, 계열사 협업 확대 기대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LG를 단순히 LG전자 한 곳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피지컬 AI 구현에 필요한 데이터와 AI 모델, 로봇 하드웨어, 센서, 반도체 부품, 소프트웨어 플랫폼까지 그룹 내에서 상당 부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LG그룹은 계열사 간 역량을 결합해 고객사에 '패키지 딜' 형태의 솔루션을 제안하는 데 강점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방한한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을 맞이할 당시에도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주요 계열사가 총출동해 전장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단순 부품 공급이 아니라 배터리와 디스플레이, 차량용 센서, 인포테인먼트까지 묶어 제안하는 이른바 '전장 드림팀'을 구성했다.

피지컬 AI 역시 비슷한 구조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AI 모델과 로봇 플랫폼, 센서, 카메라 모듈, 반도체 기판, 데이터센터 인프라 등 다양한 요소가 동시에 필요한 산업인 만큼 '원(One) LG' 전략을 통한 그룹 차원의 통합 제안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복수의 공급업체를 각각 관리하는 것보다 검증된 파트너 그룹과 협력하는 것이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황 CEO의 과거 행보를 고려하면 이 같은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린다. 황 CEO는 공개 행사나 언론 노출이 필요한 자리에서는 총수들과 소규모로 만나 관계를 다지는 반면, 실제 사업 계약이나 기술 협력 논의에서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최고기술책임자(CTO), 연구개발 책임자들을 대거 참석시켜 장시간 '끝장토론' 식의 실무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지난달 엔비디아 로보틱스·피지컬 AI 부문을 총괄하는 매디슨 황 이사가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를 방문했을 당시에도 류재철 LG전자 CEO 등 주요 경영진과 한 시간 넘게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회동 직후 황 이사는 취재진에게 LG전자와의 대화가 "환상적(Fantastic)"이었다고 평가하며 협력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업계에서는 매디슨 황 이사의 방한이 사전 실무 협의 성격이었다면, 이번 젠슨 황 CEO 방한은 이를 그룹 차원의 전략 협력으로 격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 냉각 분야 협력도 주요 의제로 거론된다. LG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칠러(Chiller)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냉각수 분배 장치(CDU)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서버 생태계가 확대될수록 냉각 솔루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HVAC 분야에서도 양사의 협력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LG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재 AI 기업의 최대 고민은 안정적인 장기 공급 계약 체결인데, 엔비디아가 현재 LG를 피지컬AI 분야의 핵심 파트너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만약 일부 계열사에서 배석을 안한다고 하더라도 지주사 차원에서 탑다운으로 협업 지휘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