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오픈AI '커스텀 SoC' 선개발 답보…앤트로픽이 새 활로 되나
오픈AI 추론 NPU 선행개발 진행했지만 보류 상태 앤트로픽 협력 공식화에 파운드리 새 고객 기대감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삼성전자가 오픈AI의 커스텀 시스템온칩(SoC) 선행개발을 위해 협업 중인 걸로 알려진 가운데 개발 진행이 답보 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 와중에 앤트로픽이 새로운 대형 AI 고객사 후보로 부상하면서 삼성 파운드리의 차세대 AI 로직 칩 수주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ARM 아키텍처 기반 IP를 활용해 오픈AI용 추론 NPU(dNPU) 선행개발을 진행해 왔다. 선행개발 단계에서는 상당한 진척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최근 양사 간 전략적 이견에 따라 협력이 답보 상태에 놓인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AI 로직 고객사 확보가 절실한 시점에 핵심 협상 한 건이 멈춰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와 오픈AI의 커스텀 칩 협력에 제동이 걸린 정황 속에서 앤트로픽이 또 다른 대형 AI 고객사로 떠오르고 있다. 앤트로픽은 28일(현지시간) 시리즈H 투자 라운드에서 650억 달러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투자 후 기업가치는 9650억 달러(약 1440조원)로 평가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3사가 '전략적 인프라 파트너'로 함께 참여했다.
앤트로픽이 공식 발표문에서 3사의 협력 영역을 '메모리·스토리지·로직 칩' 등 세 범주로 적시한 점은 주목된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파운드리 사업을 보유하지 않은 만큼, '로직 칩' 영역은 사실상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겨냥한 표현으로 풀이된다. 단순 메모리 공급을 넘어 파운드리 차원의 협력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다.
앤트로픽은 그간 AWS 트레이니움(Trainium), 구글 TPU, 엔비디아 GPU 등 외부 칩에 의존해 클로드 모델을 훈련·서비스해 왔다. 올해 초에는 브로드컴과 약 210억 달러 규모의 커스텀 칩 계약을 체결했고, 4월에는 자체 AI 칩 설계를 검토 중이라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다만 자체 칩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로 알려져 있어, 외부 파운드리 활용 시나리오는 여전히 열려 있는 상태다.
다만 오픈AI 사례에서 보듯 선행개발이 곧 본 계약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앤트로픽 협력 역시 선행개발 단계까지 갔다가 멈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그럼에도 앤트로픽이 클로드 수요 폭증에 대응할 추론 칩 확보가 절실하고 신속한 양산 능력을 갖춘 파운드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인 만큼, 삼성전자와의 협력 가능성 자체는 충분히 열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커스텀 SoC 사업 강화를 위한 조직 정비가 진행돼 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인사 이후 시스템LSI 사업부 내에 '커스텀 SoC'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고객 맞춤형 SoC 설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전담팀으로, 신설 당시 약 70여 명이 배속됐다. 박봉일 부사장이 SoC 선행개발팀장을 맡아 조직을 이끄는 체제다. 박 부사장은 모바일 SoC 설계 분야 개발 경험을 보유한 인물이다.
현재 적자 상태인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그간 굵직한 AI 고객사를 잇따라 확보하며 반등 흐름을 만들어 왔다. 테슬라 차세대 AI 칩 'AI5'와 'AI6' 수주를 따냈고, 엔비디아가 인수한 그록(Groq)의 추론 칩 '그록3 LPU'도 삼성 4나노 공정에서 양산되고 있다. 내년에는 애플 아이폰용 이미지센서 공급도 예정돼 있다. 다만 글로벌 AI 모델 양대 산맥인 오픈AI·앤트로픽 중 적어도 한 곳을 본 계약 단위 고객으로 확보하느냐는 향후 파운드리 사업 반등 폭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7.7%로, 1위인 TSMC(67.6%)와의 격차는 60%포인트에 육박한다. 오픈AI와의 협상 재가동 시점, 그리고 앤트로픽 협력의 실체화 여부가 내년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흑자 전환 가시성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오픈AI와의 협력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