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 새 CIO 공모 착수…“대체투자 리스크 관리 역량 검증해야”
350조 외화자산 운용 책임자 인선 본격화 내부선 “운용 연속성”, 외부선 “대체투자 사후관리” 강조 전문가들 “수익률보다 자산 방어·회수 경험 중요해진 국면”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350조 원 규모 외화자산을 운용하는 한국투자공사(KIC)가 차기 최고투자책임자(CIO) 공개모집 절차에 들어가면서 후임 인선 기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와 공공투자기관 안팎에서는 차기 CIO가 단순한 수익률 제고를 넘어 대체투자 포트폴리오의 리스크 관리와 사후관리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IC는 오는 28일 차기 투자운용부문장 공개모집 공고를 낼 예정이다. KIC CIO는 정부와 한국은행, 공공기금 등으로부터 위탁받은 외화자산 운용을 총괄하는 자리다. 지난해 말 기준 KIC 운용자산은 2320억 달러, 원화 기준 약 350조 원 규모다.
전임 CIO는 지난해 8월 임기를 마쳤지만 후임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아 직무를 이어왔다. 한국투자공사법은 임기가 만료된 임원이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내부선 “운용 연속성 중요”
KIC 안팎에서는 내부 인사의 장점으로 운용 연속성과 조직 이해도가 꼽힌다. KIC는 글로벌 주식·채권 등 전통자산뿐 아니라 사모주식, 부동산, 인프라 등 대체투자 자산을 함께 운용하고 있다. 포트폴리오 구조가 복잡한 만큼 내부 자산 배분 체계와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를 이해하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한 공공투자기관 관계자는 “KIC CIO는 단순히 투자 아이디어를 내는 자리가 아니라 조직 전체의 운용 체계와 리스크 한도를 관리하는 자리”라며 “기존 포트폴리오와 의사결정 구조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내부 승진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글로벌 금리 변동과 상업용 부동산 가격 조정, 비상장 자산 평가 문제 등이 겹치면서 외부 시장 경험을 갖춘 인사의 필요성도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외부 전문가들 “대체투자 사후관리 경험 봐야”
외부 투자업계에서는 차기 CIO의 핵심 검증 포인트로 대체투자 사후관리 경험을 꼽는다. 고금리 국면 이후 해외 부동산과 인프라 자산의 가치 변동성이 커졌고, 사모투자와 비상장 자산의 회수 가능성도 주요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
한 대체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좋은 자산을 새로 사는 능력보다 이미 편입된 자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방어할지가 더 중요한 시기”라며 “대체투자는 투자 이후 5년, 10년 동안의 관리가 성과를 좌우한다. 차기 CIO는 신규 투자 경험뿐 아니라 사후관리와 투자회수 경험도 검증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대체투자 담당 임원도 “해외 부동산, 인프라, 사모투자 자산은 구조가 복잡하고 이해관계자가 많다”며 “문제가 생겼을 때 담보, 선순위·후순위 구조, 현금흐름, 리파이낸싱 가능성 등을 따져 회수 전략을 짤 수 있는 실무 감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차기 CIO가 전통적인 자산운용 경험뿐 아니라 실물자산과 구조화금융에 대한 이해를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부동산 개발, 인프라 금융, 기업금융, 장기자금 운용 등 다양한 자산군을 경험한 인사가 대체투자 리스크 관리에 더 적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펀드매니저형보다 포트폴리오 관리형 리더십 필요”
전문가들은 KIC CIO의 역할이 단순한 펀드매니저와 다르다고 지적한다. 국부펀드 운용은 민간 운용사처럼 단기 수익률만 좇기 어렵고, 국가 외화자산의 안정성과 장기 수익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연기금 출신 투자업계 관계자는 “KIC CIO는 특정 자산을 잘 고르는 펀드매니저라기보다 전체 포트폴리오의 방향과 위험을 조정하는 자리”라며 “글로벌 주식·채권 운용 능력에 더해 대체투자 손실 가능성을 조기에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관리형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업계 대표는 “최근 글로벌 대체투자 시장은 신규 투자보다 기존 투자자산의 관리와 회수 역량이 더 부각되고 있다”며 “차기 CIO 인선에서도 운용 성과뿐 아니라 위기 국면에서 자산을 지켜본 경험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고 했다.
6~8주 인선 전망…운용 안정성과 리스크 관리 모두 과제
공개모집이 곧 외부 인사 기용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KIC에서도 내부 출신 인사가 공모 절차를 거쳐 CIO에 선임된 사례가 있다. 이번에도 내부 인사와 외부 전문가가 함께 평가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KIC 안팎에서는 서류심사와 면접, 운영위원회 심의, 사장 임명 절차 등을 감안하면 최종 선임까지 6~8주가량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차기 CIO는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수익률 제고와 리스크 관리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된다. 특히 대체투자 포트폴리오의 평가, 회수, 신규 투자 속도 조절 등이 주요 현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한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KIC는 이미 운용자산 규모 면에서 세계 주요 국부펀드와 비교되는 기관이 됐다”며 “이제 차기 CIO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공격적 운용 능력이 아니라 시장 변동성 속에서도 포트폴리오를 지키고 조정할 수 있는 역량”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