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케이블 기술탈취' 대한전선 임직원 검찰 송치… LS전선, “핵심기술 유출”
LS전선 “약 1조 원을 투자해 일궈낸 핵심기술 탈취… 강력하게 대응할 것” 대한전선 “위법성 확정된 것 아냐… 결백 증명할 것”
[녹색경제신문 = 박성진 기자]
국내 전선업계 1·2위인 LS전선과 대한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 탈취 공방이 결국 검찰 송치로 사법 절차에 돌입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지난 28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대한전선 임직원 4명과 가운종합건축사무소 관계자 7명 등 총 13명을 비롯해 대한전선, 가운종합건축사무소, SFA(설비업체) 등 법인 3곳을 수원지방검찰청에 송치했다.
지난 2024년 경찰은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제조공장 도면 등 기술이 대한전선으로 유출됐다고 인지하고 임의 수사에 착수했다.
방대한 양의 도면을 정밀 비교하고 해당 기술이 ‘공용 기술’인지 혹은 ‘영업비밀’인지 가려내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고, 결국 경찰은 대한전선이 LS전선의 영업비밀을 부당하게 취득해 공장 설계에 반영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두 회사의 공장 설계를 모두 담당했던 가운종합건축사무소다. 가운건축은 LS전선의 해저케이블 동해 공장 설계를 전담했다. 그러나 대한전선과도 2022년 계약을 맺고 충남 당진의 해저케이블 1공장 설계에 착수하면서 기술 유출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LS전선 관계자는 “해저케이블은 국가 핵심기술로, LS전선이 지난 20년간 공장과 연구개발에 약 1조 원을 투자해 일궈낸 결실이다. 이번 사태는 당사의 핵심기술을 탈취한 행위이며, 원칙에 따라 엄정하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 말했다.
반면 대한전선 관계자는 “검찰 송치 결정은 수사기관의 1차 판단일 뿐 위법성이 확정된 것은 아니며, 결백을 성실히 증명할 것”이라며 기술 유출 의혹에 대해서는 “이미 2009년부터 자체 해저케이블을 생산해 왔고, 참여 업체가 겹친다는 사정으로 타사의 기술을 베낄 이유가 없으며, 의혹이 제기된 부분들 역시 일반적인 공정 흐름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두 회사의 갈등은 이미 오랜기간 지속돼왔다.
지난 2019년 건물이나 산업 시설에서 전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시스템인 ‘버스덕트용 조인트 키트’ 특허 침해 소송이 그 시작. 이 분쟁은 지난해 3월 특허법원(2심)이 LS전선의 손을 들어주며 15억 원의 배상과 관련 제품 폐기 판결을 내렸고, 대한전선이 대외 경영 환경 대응을 이유로 상고를 포기했다.
여기에 양사 모기업 간의 '지분 전쟁'까지 발발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대한전선의 모기업 호반그룹은 LS전선의 지분 2%를 약 1000억원에 기습 매입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향후 이어질 LS·대한전선 사이 법정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포석이라는 시장의 분석이 나왔다. 이에 LS그룹은 LIG그룹, 한진그룹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즉각 우군 확보에 나섰으며, 결국 지난해 10월 호반 측이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한 바 있다.
양사의 국내 전선 시장 점유율 격차는 2020년 28%에서 2025년 8%까지 줄어들며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 잦아들던 양사 간 갈등은 이번 해저케이블 법적 분쟁으로 다시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