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도 여신심사 AI 전면 도입…하나은행과 '방향'이 다르다
12개 산업별 특화분석 엔진 구축…동일 지표도 업종 맥락 맞게 달리 해석 하나은행 '30분→10초' 속도전 vs 신한은행 '업종별 정밀분석'…여신 AI 방향 갈렸다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시중은행의 기업여신 심사에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이 잇따르고 있다. 신한은행이 27일 '여신심사지원 Agent'를 전 영업점에 도입하면서 앞서 유사 시스템을 구축한 하나은행과의 비교가 불가피해졌다. 두 은행 모두 생성형 AI를 여신 심사에 접목했지만 방향은 다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여신심사지원 Agent는 직원의 간단한 조작만으로 업체현황·재무정보·산업동향 등 기본 정보는 물론 여신 신청 내용, 최근 매입·매출 흐름, 담보 회수가치, 금융거래 현황, 기술 경쟁력 등 다양한 정성·정량 정보를 종합 분석해 여신 의견서 작성에 필요한 정보를 통합 제공하는 구조다. 신한은행이 수십 년간 축적해온 기업여신 분야 노하우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 정보를 체계적이고 일관되게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자체 구축한 '업종별 특화분석 엔진'이다. 신한은행은 제조업·소프트웨어 개발업 등 12개 주요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재무 분석 로직을 별도로 적용했다. 동일한 재무 지표라도 산업별 특성에 맞게 달리 해석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제조업과 IT 서비스업의 부채비율이나 매출채권 회전율이 갖는 의미가 다르듯, 업종 맥락을 반영하지 않은 일률적 분석은 여신 심사의 정확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여신심사지원 Agent는 AI의 신속한 데이터 분석 역량과 직원의 전문적인 판단 역량을 결합한 시스템"이라며 "지속적인 고도화를 통해 기업 고객에게 보다 신속하고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이 지난 3월 18일 도입한 '기업 신용평가 심사의견 생성 시스템'은 속도에 방점을 찍었다. 숙련된 직원이 평균 30분 이상 걸리던 심사의견서 초안 작성을 약 10초로 단축하는 데 핵심 목표를 뒀다. 연간 약 7만건에 달하는 신용평가 업무에서 2만7000시간 이상의 업무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알고리즘 설계부터 구현까지 자체 개발한 인하우스 모델로, 여신 전문가들의 평가 가이드라인을 알고리즘에 직접 반영해 심사의견의 표준화 수준과 실효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두 시스템의 방향 차이는 뚜렷하다. 하나은행이 '얼마나 빠르게' 심사의견서를 뽑아내느냐에 집중했다면, 신한은행은 '얼마나 깊이' 기업을 분석하느냐에 무게를 뒀다. 하나은행 시스템이 속도와 업무 효율화에 초점을 맞춘 자동화 도구에 가깝다면, 신한은행 시스템은 12개 산업별 특화 분석 엔진까지 갖춘 인텔리전스 플랫폼에 가깝다는 평가다. 두 접근법 모두 장단이 있다. 하나은행 방식은 업무 부하를 즉각적으로 줄이는 데 유리하고, 신한은행 방식은 심사의 정확도와 일관성을 높이는 데 강점이 있다.
AI를 활용한 여신 심사 자동화는 업권 전반의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며 기업대출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폭증한 업무 부하를 AI로 효율화하려는 움직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여신 심사의 최종 판단은 결국 사람의 몫이지만, AI가 그 판단을 위한 정보의 질과 속도를 어떻게 바꿔놓느냐가 앞으로 은행 간 경쟁의 새로운 축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