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지노믹스, 대주주·R&D 핵심인력 지분 처분 움직임…이상신호?
대주주 루하PE 전환사채 CB 풋옵션 청구, 지분 축소 핵심 인력 이탈 신호...역성장 등 사업 지속성 '물음표'
[녹색경제신문 = 민보영 기자] 분자진단 헬스케어기업 랩지노믹스가 대주주 루하프라이빗에쿼티(루하PE)의 전환사채(CB)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에 또 다른 CB 발행으로 대응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넘겼다. 다만 현금 대부분이 담보로 묶여 있고, 연구개발 핵심 임원도 지분 일부를 매도하면서 이익 가시화 시기에 대한 의문 부호가 커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랩지노믹스 대주주 루하PE의 특별관계자 '루하갈락티코스유한회사'는 보유 중이던 전환사채(CB) 200억원(732만주)에 대한 조기상황청구권(풋옵션)을 청구했다. 조기상환청구일은 이달 18일로, 루하갈락티코스의 잔여 CB권은 1932만8225주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랩지노믹스 최대주주인 루하PE 및 특별관계자 등 13인의 합산 지분율은 2024년 8월 20일 30.93%에서 이달 20일 기준 24.21%로 6.72%포인트 감소했다.
이번 풋옵션 청구는 12일 랩지노믹스가 이사회 결의를 통해 200억원의 제5회차 CB 발행을 결정한지 사흘 만에 행사됐다. 200억원을 전액 인수한 투자자는 '스틱리트머스유한회사'다. 스틱리트머스는 '스틱하이브리드크레딧제1의1호사모투자합자회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투자목적회사(SPC)다. 스틱리트머스는 이번 투자를 진행하며 랩지노믹스 법인으로부터 발행 자금 중 현금 170억원을 담보로 묶어두는 안전장치를 걸었다. 투자자인 스틱리트머스 측이 랩지노믹스의 재무 안정성이나 현금 창출 능력에 의구심을 품고 원금 회수 장치를 마련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핵심 인력 지분 매도...'스톡옵션 포기' 행보 따를까
청구일로부터 이틀 뒤인 20일에는 연구소장 오미진 상무가 의결권 있는 주식 중 2만8968주를 주당 1455원에 장내 매도했다. 랩지노믹스 전체 주식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4%로 미미하지만, 오 상무가 기존에 보유 중이던 보통주 5만9088주 기준으로는 절반에 가까운 49.0%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따라 오 상무가 보유한 보통주 지분은 3만120주로 줄어들었다. 루하PE가 대주주로 진입하던 2023년 이후 6차례에 걸쳐 '사임으로 인한 소멸' 사유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포기한 기존 임원의 행보를 잇는 선택일지 의구심이 커지는 대목이다.
오미진 상무는 랩지노믹스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인수한 미국 클리아랩 'QDx Pathology Services(이하 큐디엑스)'의 계약 체결에 관여한 인물이다. 큐디엑스 안착을 위해 랩지노믹스 미국법인 조정희 대표와 미국 출장길에 올라 큐디엑스 경영진과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진단 서비스 도입, 체외진단기기의 실험실개발검사(LDT) 전환 등에 대해 협의할 만큼 사업 실무에 깊이 관여했다. NGS 진단 서비스의 경우 '브라카 1·2(BRCA1·BRCA2)' 패널 검사 3종 등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 없이 현지에 즉시 도입되도록 조율하는 등 성과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 랩지노믹스 측은 "오미진 상무의 주식 매도는 개인 사유에 따른 것"이라며 "연구소 운영이나 향후 사업에 미치는 영향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매출 정체·이익 감소...'역성장' 신호도
LDT 전환으로 얻으려던 원가 절감, 마진 극대화 등의 성과는 아직 재무지표에 반영되지 않았다. 2023년 말 연결 기준 매출은 710억원에서 2025년 말 882억원으로 정체된 흐름을 보이면서다. 매출이 정체된 가운데 당기순손실은 같은 기간 52억원에서 643억원으로 약 7배 가까이 늘어나 역성장 단계에 들어섰음을 시사했다. 올 1분기 연결 기준 랩지노믹스 매출·당기순손실은 179억원·47억원이다.
지난해 당기순손실 643억원 중 클리아랩 인수 이후의 손상차손을 반영한 유·무형자산 손상차손은 66억원이다. 당기순손실 전체 규모 대비 10분의 1로 크지 않지만, 성격을 뜯어보면 이익의 질이 훼손된 신호가 감지된다. 랩지노믹스 미래 먹거리와 관련 있는 미국 클리아랩 자회사의 이익성이 인수된 지 1~2년만에 훼손되고 있어서다.
클리아랩 IMD의 자산총계는 31억원, 부채총계는 49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2025년 온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랩지노믹스는 IMD 취득 시 인식한 영업권에 손상 징후가 있어 자산 소각 방식으로 11억원의 손상차손을 집행했다. IMD를 통해 벌어들일 현금이 기존보다 감소했다고 판단해 장부 가치를 감액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업권을 포함한 무형자산 손상차손은 2024년 94억원 규모에 달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약 18억원 규모로 발생해 당기손실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지난해 손상차손 중 대부분인 약 11억원은 자회사 인수 등으로 발생한 영업권에서 깎여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IMD 등 인수 자산의 가치 손상이 한해에 그치지 않고 다음 해에도 장부 자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발생했던 매출채권 등 대손상각비 376억원이 과거에 발생한 비용이라면, 손상차손은 미래 이익에 미칠 영향이 큰 비용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랩지노믹스 측은 "클리아랩 인수 후 매출 성장은 물론 수익성 개선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며 "빠른 시일내에 개선된 모습을 보여드겠다"고 밝혔다. CB 상환, 대주주 측 지분거래, 향후 조달 계획 등은 선별적으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