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개정안에 거래소·은행 일제히 반발…"규제 과잉, 시장 마비 우려"

닥사 VASP 27곳 공동 반발…STR 85배 폭증 시뮬레이션 제시 FIU·닥사 간담회 무기한 연기…8월 시행 앞두고 이견 조율 '난항'

2026-05-27     박금재 기자
[사진=금융위원회]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오는 8월 핵심 조항 시행을 앞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감독규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가상자산 거래소를 넘어 은행권으로 번지고 있다. 자금세탁방지 강화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규제 수위가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금융권 전반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3월 특금법 시행령·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지난달 11일 의견수렴 절차를 마쳤다. 이번 개정안은 2월 공포된 개정 특금법의 후속 조치로, 가상자산사업자 진입 규제와 고객확인제도, 트래블룰, 해외 거래소·개인지갑 이전거래 규제 등을 폭넓게 규율한다. 핵심 조항은 오는 8월 20일부터 시행되며 시행령·감독규정 개정안 일부 조항은 내년(2027년) 1월부터 8월까지 순차 적용된다. FIU는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7월 중 개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업계가 가장 강하게 반발하는 조항은 해외 가상자산사업자나 비수탁형 개인지갑과의 1000만원 이상 이전거래를 위험도와 관계없이 의심거래보고(STR) 대상으로 강제하는 내용이다. STR은 자금세탁이 의심되는 거래를 금융회사가 FIU에 신고하는 제도로, 은행권의 고액현금거래보고(CTR)와 달리 건건이 별도 분석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현행 특금법은 자금세탁이 의심될 만한 '합당한 근거'가 있을 때만 보고 의무를 부여하는데, 개정안은 1000만원 이상이면 일괄 보고하도록 바꾼 것이다.

거래소 업계가 내놓은 시뮬레이션은 충격적이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에 따르면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5대 원화거래소의 연간 STR 건수는 기존 6만3408건에서 544만5133건으로 약 85배 폭증할 것으로 추산된다. 보고 건수가 한꺼번에 폭증하면 정작 자금세탁 의심 거래를 가려내는 본래 기능이 흐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닥사 관계자는 "사실상 정상적인 자금세탁방지 모니터링 체계가 마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닥사는 지난달 29일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5대 거래소를 포함한 국내 가상자산사업자(VASP) 27곳의 의견을 모아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에 공식 의견서를 제출했다. 닥사는 개정안의 자금세탁방지 체계 강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1000만원 이상 가상자산 거래 일괄 STR 대상 포함 △고객확인(KYC) 검증 의무 신설 △100만원 미만 이전거래 트래블룰 확대 △수취사업자 정보수취 의무 △대주주 결격사유 과잉 규제 등 조항에 대한 보완을 요구했다. 특히 시행령으로 새로운 의무를 신설하는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법률유보 원칙에 어긋난다는 법리적 문제도 제기했다.

글로벌 기준과의 괴리도 쟁점이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각국이 1000달러 또는 1000유로 이하의 기준금액을 두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미국은 3000달러 이상 거래를 중심으로 트래블룰을 적용한다. 반면 국내 개정안은 금액과 관계없이 모든 이전거래를 규제 대상으로 삼는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유사 사례가 없는 수준의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논란은 은행권으로도 번졌다. STR 대상 거래가 강화된 고객확인(EDD)과 거래중단 조치로 연결될 경우 실무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권 전반에서 제기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STR 보고 건수가 폭증하면 인력과 시스템 모두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며 "글로벌적으로도 이런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FIU는 업계의 우려가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19일 거래소 관계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청취했으며, 금융위원회는 앞으로도 조금 더 청취를 해서 의견을 좁혀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FIU가 지난 13일 닥사와 추진하려던 의견수렴 회의를 이틀 전 무기한 연기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8월 시행을 앞두고 당국과 업계의 이견 조율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