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금융 본격화' 농협은행, 대기업·중기대출 균형 성장 필요성↑
농협銀, 최근 1년 기업대출 증가분 약 70% 대기업대출 몫 대기업대출 2조원 늘어날 때 중기대출 9600억원 증가에 그쳐 하나·국민·신한 등 타 은행 대비 대기업대출 증가 비중 유독 높아 업계 "농협銀, 건전성 관리 위해 중기대출보다 대기업대출 확대 우선했을 것" '5년 65.3조원' 생산적 금융 계획 본격화...자금 공급 '균형' 필요하다는 지적 나와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최근 1년간 농협은행의 기업대출 증가분이 대기업대출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새 대기업대출은 2조원 넘게 늘어난 반면 중소기업대출 확대 규모는 9600억원가량에 그쳤다. 농협은행이 생산적 금융 확대를 본격화한 만큼 자금 공급 측면에서 대기업대출과 중기대출의 균형을 챙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3월 농협은행은 강태영 은행장 주재로 '생산적 금융 추진 위원회'를 열고 향후 5년간 65조3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농협은행은 생산적 금융을 지역·농업·기업의 실질적인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견인하는 금융으로 정의하면서 지방 균형발전 지원과 농식품·애그테크 혁신기업 육성 등을 주요 추진 방향으로 제시했다. 생산적 금융을 핵심 경영 과제 중 하나로 내세운 셈이다.
강태영 농협은행장은 "지금은 국가 경제의 근간인 지역 사회와 혁신 기업의 도약을 위해 금융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며 "농협은행의 전국적 네트워크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실물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기업과 지역 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생산적 금융 추진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다만 농협은행의 기업대출 증가 구조는 아직까지 대기업대출 쪽으로 크게 기운 모습이다. 자금 공급의 무게중심만 놓고 보면 농협은행이 앞서 생산적 금융 청사진에 담은 지방 균형발전 지원, 농식품·애그테크 혁신기업 육성 등과는 다소 결이 달랐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보면 최근 1년간 농협은행의 전체 기업대출 증가액에서 대기업대출이 차지한 비중은 68.4%에 달했다. 올 1분기 말 기준 농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16조82억원으로 전년 동기(112조9695억원) 대비 2.7%(3조387억원) 증가했으며, 이 기간 대기업대출 잔액은 22조8985억원에서 24조9760억원으로 9.1%(2조775억원) 늘었다.
이와 달리 중기대출 증가세는 상대적으로 제한됐다. 올 1분기 말 농협은행의 중기대출 잔액은 91조32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90조710억원)보다 1.1%(9612억원) 늘어나는 데 머물렀다.
농협은행의 대기업대출 '쏠림'은 다른 은행과 비교해도 더 두드러진다. 일례로 같은 기간 하나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67조1949억원에서 179조4584억원으로 7.3%(12조2635억원) 증가했지만, 이 가운데 대기업대출 증가액은 2조3248억원으로 기업대출 증가분의 19% 수준에 불과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농협은행보다 대기업대출 증가 비중이 낮았다. 이 기간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전체 기업대출 증가액 가운데 대기업대출(공공기관 대출 등 포함)이 차지한 비율은 각각 40%, 44%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은행은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중 연체율이나 고정이하여신비율(NPL·부실채권 비율) 같은 건전성 지표가 가장 좋지 않은 곳"이라며 "건전성 관리를 위해 부실화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기대출보다는 대기업대출을 키우는 데 우선순위를 뒀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농협은행의 생산적 금융 계획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서면서 2분기부터는 실제 자금 공급의 방향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농협은행이 전국 단위 영업망과 지역 기반을 강점으로 삼아온 은행이라는 점에서 지역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농식품 기업 등에 대한 금융지원 성과도 주요한 평가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대기업 관련 프로젝트 금융도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 생산적 금융의 한 축이 될 수 있는 만큼 대기업대출이 중기대출보다 많이 늘었다는 사실 자체가 생산적 금융과 배치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중소·혁신기업 등에 대한 자금 공급이 눈에 띄게 부족하다면 은행의 생산적 금융 전략이 진정성·실효성 논란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협은행 관계자는 "올해를 생산적 금융 대전환의 해로 설정하면서 중소기업고객부를 기업성장지원부로 재편하고 신속한 자금 지원을 위해 여신심사부에 전략산업심사국을 신설했다"며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한 영업본부 연계 사업을 확대하는 등 중기대출 활성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