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투자한 키옥시아 대박에 1분기 장부이익 '10조'
키옥시아 시총 급등에 장부상 이익 확대 HBM 호황 속 낸드 투자수익까지 반영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SK하이닉스가 사모펀드 투자를 통해 간접 보유 중인 일본 메모리 기업 키옥시아(KIOXIA)의 지분 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올해 1분기 장부상 이익이 약 10조원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순이익 40조3459억원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SK하이닉스가 공시한 2026년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키옥시아 투자에서 발생한 평가이익은 9조8813억원으로 집계됐다. 평가이익이란 보유한 주식 가치가 오른 만큼 장부에 잡히는 이익으로, 실제로 주식 지분을 팔아 손에 쥔 현금은 아니다. 키옥시아 주가가 오르면서 SK하이닉스가 가진 지분의 평가액이 그만큼 늘었고, 이 증가분이 회계상 이익으로 반영됐다.
규모가 작지 않다. 1분기 영업이익이 37조6103억원에 이를 만큼 본업 실적이 워낙 좋아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순이익 40조원 가운데 약 10조원이 본업이 아닌 키옥시아 지분 가치 상승에서 나온 셈이다.
평가이익 상승 추세는 지난해부터 이어져 왔다. SK하이닉스가 지난 3월 공시한 제78기 사업보고서를 보면, 키옥시아 투자에서는 2025년 한 해에만 약 11조9000억원(연결 기준)의 평가이익이 잡혔다. 작년 약 11조9000억원에 올해 1분기 약 9조9000억원이 더해진 것으로, 다섯 분기를 합치면 약 21조8000억원에 이른다. 불과 2024년 말까지만 해도 SK하이닉스의 키옥시아 투자는 산 가격보다 평가액이 낮은 손실 상태였다는 점에서 반전의 폭이 크다.
그동안 키옥시아의 몸값은 무섭게 뛰었다. 키옥시아는 경영난에 빠졌던 일본 도시바의 메모리 사업이 떨어져 나와 만들어진 회사로, 낸드 플래시 메모리에 주력한다. 2024년 12월 도쿄증시에 상장할 당시 시가총액이 약 8600억엔 수준이었는데,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데이터 저장용 낸드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가가 폭등했다. 5월 21일 기준 키옥시아 시가총액은 처음으로 30조엔, 약 284조원을 넘어서며 토요타·미쓰비시UFJ·소프트뱅크에 이어 일본 시총 4위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한국 메모리 업체들이 HBM과 D램 생산 확대에 집중하는 사이, 낸드 중심 사업 구조를 유지한 키옥시아가 상대적인 수혜를 입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SK하이닉스는 본업에서 HBM과 D램으로 수익을 내고, 투자 측면에서는 낸드 업황 개선에 따른 지분 가치 상승 효과까지 동시에 반영받는 구조가 됐다.
다만 평가이익이 곧바로 현금이 되는 것은 아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주도한 컨소시엄에 약 3조9100억원을 넣어 키옥시아 지분을 간접 보유하고 있다. 펀드에 돈을 댄 투자자(LP) 자격이어서, 지분을 언제 얼마에 팔지는 펀드 운용사(GP)가 결정한다. 주가가 올라 장부상 이익은 누리지만 매각 시점을 SK하이닉스가 마음대로 정할 수는 없는 구조다.
한편, 키옥시아는 일본 증시에 이어 미국 증시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 키옥시아는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시기와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무산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상장이 이뤄지면 키옥시아 주식 거래가 더 활발해져, 지분을 보유한 펀드가 향후 자금을 회수하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다만 매각 권한은 펀드 운용사에 있어, 이것이 곧바로 SK하이닉스의 투자금 회수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D램 중심으로 메모리 업황이 움직였다면 최근에는 AI 인프라 확대 영향으로 낸드 시장까지 함께 재평가받고 있다”며 “키옥시아 기업가치 급등이 SK하이닉스 실적에도 회계상 이익 형태로 반영되면서 투자 효과가 예상보다 크게 나타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