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알고리즘] 삼성전자 노사 타결이 불편한 이유

2026-05-21     이충진 기자

 

대중의 알고리즘은 단순하다. 복잡한 사건도 결국 '누가 이겼고, 누가 손해봤나'로 환원된다. 그 계산이 언제나 옳지는 않지만, 언제나 정직하다.

총파업 1시간 30분 전, 삼성전자 노사가 극적으로 합의했다. 정부는 이를 "자율협상의 성과"라 불렀고, 노동부 장관은 "대화의 힘"을 강조했다. 성과급 상한이 폐지됐고, 배분 기준은 투명해졌다. 6개월을 싸운 결실이었다. 노동 3권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다. 그 권리를 행사한 것을 탓할 수는 없다. 노사가 공권력 개입 없이 스스로 매듭을 지었다는 것도 원칙적으로는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대중의 알고리즘은 이미 답을 내렸다. 삼성전자 노조가 지키려 한 것은 '노동자의 권리'라는 보편적 언어를 쓰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평균 연봉 1억 원이 넘는 직장인들의 특수한 이익이었다. 그 싸움의 과실이 닿지 않는 곳에, 비노조·중소기업·플랫폼 노동자들이 있다. 전체 임금노동자의 88%다. 이들에게 삼성전자 노조의 투쟁 서사는, 같은 노동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계급의 협상 뉴스처럼 들렸다.

그새 담긴 진실은 더욱 불편하다.

일반 국민의 눈에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노조는 대립하는 두 세력이 아니다. 같은 울타리 안에서 파이를 어떻게 나눌지 다투는 사람들이다. 노조가 이겨도, 사측이 버텨도, 결과는 어차피 그들끼리 나눈다. 그 파이 자체가 얼마인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외부에는 온전히 공개되지 않는다. 외부인은 협상 테이블에 끼지도 못한다.

정부가 "민간 자율 타결"이라 치켜세울수록, 그 판 바깥의 사람들은 더 선명하게 깨닫는다. 자율이란 힘 있는 자들끼리의 자율이며, 낄 수 없는 이들에게 자율은 방치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노사 합의를 축하하는 장면 뒤로, 올해도 동결이거나 삭감인 중소기업 직원의 월급명세서가 그려진다.

대기업도, 그 이익을 나누려는 대기업 노조도, 일반 국민에게는 결국 한통속이다.

오늘 아침 뉴스를 보며 씁쓸해진 수많은 직장인들의 감정이, 대중의 알고리즘이 내린 가장 정직한 판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