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성과급 재원 배분' 이견…정부 '긴급조정권' 카드 꺼낼까

부문공통 40%·사업부 연동 60% 배분안 놓고 막판 결렬 정부 긴급조정권 발동 시 파업 즉시 중단·30일간 쟁의 금지

2026-05-20     정창현 기자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갈등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사후조정 결렬로 총파업 국면에 들어가면서,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이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20일 중노위 조정 종료 직후 “노동조합은 중노위 조정안에 동의했지만 사측이 끝내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며 예정대로 2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삼성전자는 “노조는 회사가 성과급 규모와 내용 대부분을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자 사업부에도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규모의 보상을 하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며 “노조의 과도한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다. 노조는 연봉 50% 수준의 성과급 상한 폐지와 성과급 체계 3년 제도화, 영업이익 15% 수준의 성과급 재원 보장 등을 요구해왔다.

실제 중노위 조정 과정에서는 상당 부분 의견 접근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는 ▲성과급 체계 3년 운영 ▲현행 연봉 50% 상한 폐지 후 재협상 ▲영업이익 13%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에 대해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영업이익 13% 재원은 현금 7%, 자사주 6% 형태로 지급하고, 자사주는 1년간 매도 제한을 두는 방안까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형태다. 

하지만 노사가 마지막까지 이견을 드러냈다고 알려진 대목은 성과급 재원의 배분 방식으로 전해진다. 중노위 중재안은 전체 재원의 40%를 부문 공통 재원으로 우선 배분하고, 나머지 60%를 사업부 영업이익에 따라 차등 배분하는 구조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이 같은 구조가 사실상 적자 사업부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보상을 보장하는 효과를 낳아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성과주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정부의 대응이다.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AI 서버·데이터센터·스마트폰·자동차 등 글로벌 공급망 핵심 축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국가 경제와 수출,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는 점에서 긴급조정권 발동 요건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노조는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회사 측에 최소 20조원에서 최대 30조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법상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치거나 국민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는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제도다. 발동되면 노조는 즉시 파업을 중단해야 하며, 중앙노동위원회의 강제 조정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긴급조정 결정 이후에는 30일간 쟁의행위가 전면 금지된다. 이 기간 중 파업을 강행할 경우 불법 쟁의행위로 간주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중노위는 해당 기간 강제 중재와 추가 협상을 병행하게 된다.

다만 긴급조정권은 1963년 제도 도입 이후 역사상 단 네 차례만 사용된 초강수 카드다.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행동권을 직접 제한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긴급조정권 발동은 지난 2005년 양대 항공사 조종사 파업 당시였다.

정부가 노동권 침해 논란과 산업계 파장 등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실제 발동까지는 상당한 정치·사회적 부담이 따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중노위 중재안에 대해 사측은 거부한 반면 노조 측은 수용했다는 점에서, 정부가 노동계를 설득하는 데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법원이 삼성전자 반도체 시설 보호 인력을 평상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가처분 결정을 내리며 “반도체 공급망 차질이 자동차·정보통신 등 관련 산업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점 역시 정부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X(옛 트위터)를 통해 노동권과 경영권의 균형을 강조하며 “현행 헌법상 모든 국민의 기본권은 보장되지만,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공복리 등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며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지난 17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국민 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 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