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분기 기술사용료 충당부채 '1조' 넘게 증가…한 분기 만에 48%↑

향후 지급 예상액 3.3조로 확대 협상 상대·기술 분야는 비공개

2026-05-19     정창현 기자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삼성전자의 기술사용료 관련 충당부채가 올해 1분기에만 1조700억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한 분기에 약 48% 증가한 수치로, 협상이 진행 중인 기술 라이선스 계약에서 향후 지급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이 그만큼 늘었음을 의미한다. 평년 1년 간의 변동 폭과 비교해도 이례적인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공시한 올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기술사용료 충당부채 잔액은 분기말 3조2931억원으로 전기말 2조2189억원 대비 1조742억원 가량 늘었다. 1분기 중 순전입액은 1조709억원, 사용액은 1256억원이며 환율변동 등 기타 변동은 1288억원이다.

기술사용료 충당부채는 협상이 진행 중이거나 향후 지급이 예상되는 특허·기술 라이선스 비용을 미리 추정해 부채로 잡아두는 항목이다. 일반적으로 라이선스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더라도 회계 보수주의 원칙에 따라 향후 지급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 추정액을 충당부채로 계상한다. 실제 지급이 확정되면 사용액으로 차감되고, 추정 금액이 변동되면 순전입 또는 환입으로 반영된다.

이 항목이 한 분기에 1조원 단위로 급격히 늘어나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세 가지 경우에서 발생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첫째는 대규모 특허·라이선스 소송에서 패소 가능성이 높아졌거나 합의가 임박했을 때다. 글로벌 기술 기업 간 크로스 라이선스 분쟁이 타결되는 시점에 이러한 회계 처리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둘째는 원천기술 보유 기업과의 계약 갱신 과정에서 기술료가 크게 상향됐거나, 과거 사용분에 대한 정산이 한꺼번에 반영됐을 때다. 표준특허(SEP) 관련 협상에서 흔히 발생하는 패턴이다.

셋째는 기술사용료가 매출이나 판매량 연동 구조인 경우 관련 제품 출하가 급증해 지급 예상액이 함께 늘어나는 경우다.

회사 측은 보고서에서 "연결회사는 협상 진행 중인 기술사용계약과 관련하여 향후 지급이 예상되는 기술사용료를 추정하여 충당부채로 계상하고 있다”며 "지급시기 및 금액은 협상결과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자료=삼성전자

비교 대상 기간을 넓혀 보면 이번 1분기의 증가 폭이 더 두드러진다. 직전 연도인 2025년의 경우 연간 신규로 추가된 기술사용료 충당부채는 6534억원, 같은 기간 사용액은 1조1026억원으로 1년 사이 잔액이 오히려 5750억원 줄었다. 2024년말 2조7939억원이었던 기술사용료 충당부채 잔액이 2025년말 2조2189억원으로 감소한 결과다.

즉 평년에는 연간 단위로도 감소세를 보이던 항목이 2026년 1분기 한 분기 만에 평년 연간 추가분의 약 1.6배 규모로 늘어난 셈이다. 지난해 1분기만 놓고 보면 기술사용료 충당부채 순전입액은 2073억원, 사용액은 1811억원, 환율변동 등 기타 변동은 176억원 수준으로 전체 기술사용료 충당부채 잔액은 100억원도 채 늘지 않았다.

다만 협상 상대 기업, 기술 분야, 협상의 구체적 쟁점은 보고서에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같은 보고서 경영상의 주요 계약 항목에서 구글(2014년 1월), 에릭슨(2021년 5월), 퀄컴(2022년 7월), 화웨이(2022년 7월), 노키아(2023년 1월) 등과 상호 특허 사용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명시했지만, 이 계약들 외에 추가로 협상 중인 건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도 설명을 두지 않았다.

총 충당부채 잔액 역시 분기말 13조5419억원으로 전기말 10조5910억원 대비 2조9509억원 늘었다. 항목별로는 판매보증 충당부채 2조6149억원(전기말 2조6070억원), 장기성과급 충당부채 8327억원(전기말 7823억원), 기타 충당부채 6조8011억원(전기말 4조9827억원) 등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사용료 충당부채가 단일 분기에 1조원 단위로 늘어나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신규로 큰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 협상이 진행되고 있거나 기존 협상에서 추정 부담 금액이 상향 조정됐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만, 보고서에 협상 상대가 명시되지 않은 만큼 단정은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