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게임이라더니 PC방선 돈 내라”…라이엇 ‘접속 차단’ 예고에 소상공인 반발
“15% 올리고, 안 따르면 차단”…PC방 업계가 폭발한 이유 “한국 PC방에만 통행세”…국회까지 번진 논란 문제는 요금이 아니라 ‘접속권’이다 대통령실이 챙겨야 할 ‘민생형 플랫폼 갑질’ 의제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글로벌 게임사 라이엇게임즈코리아가 유료 가맹 서비스를 쓰지 않는 PC방을 상대로 ‘리그오브레전드’와 ‘발로란트’ 접속 제한을 예고하면서 PC방 업계가 법적 대응에 나섰다. 겉으로는 요금 인상 갈등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국내 PC방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인기 게임사가 접속권을 무기로 소상공인을 압박하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법조계와 게임업계에 따르면 한국인터넷PC카페협동조합 등 PC방 사업자들은 라이엇게임즈코리아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PC방 측은 라이엇이 프리미엄 PC방 서비스를 비활성화했다는 이유로 매장 IP 접속을 차단하거나 게임 이용을 제한하려는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5% 올리고, 안 따르면 차단”…PC방 업계가 폭발한 이유
논란의 출발점은 요금 인상이었다. 라이엇은 지난해 11월 PC방 사업자들에게 프리미엄 PC방 서비스 시간당 요율을 기존 233원에서 269원으로 약 15%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이후 PC방 단체들과 협상을 거쳐 올해 3월 가맹 혜택 확대 등을 조건으로 합의가 이뤄졌지만, 갈등은 끝나지 않았다.
라이엇이 올해 3월 17일부터 5월 11일까지 게임별 혜택을 비활성화한 PC방에 접속 차단을 예고하는 문자를 보냈고, 5월 21일부터 약관에 맞지 않는 PC방의 게임 접속을 기술적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히면서 사태가 다시 커졌다. PC방 업계는 “무료 게임의 부가 혜택을 끈 것뿐인데, 게임 접속 자체를 막겠다는 것은 과도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라이엇의 논리는 다르다. 일반 이용자가 개인적으로 게임을 하는 것은 무료지만, PC방이 영업장에서 게임을 제공하는 것은 별도 라이선스가 필요한 상업적 이용이라는 것이다. 또 요금을 납부하는 가맹 PC방과의 형평성을 위해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국 PC방에만 통행세”…국회까지 번진 논란
PC방 업계의 반발은 국회로도 번졌다. 더불어민주당 전국소상공인위원장인 오세희 의원은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라이엇게임즈 외에도 국내외 게임사와 PC방 간 불공정 관행이나 계약은 없는지 추가로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오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사안을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도 냈다.
PC방 업계는 라이엇의 과금 구조가 해외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라고 주장한다. 임수택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유럽 등 해외 어떤 곳에서도 라이엇에 시간당 라이선스 비용을 상납하지 않는다”며 “대한민국 PC방에만 기형적인 통행세를 강요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손님이 PC방에서 본인 계정으로 넷플릭스를 보면 PC방 사장이 넷플릭스에 돈을 내야 하느냐”고도 했다.
문제는 요금이 아니라 ‘접속권’이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단순히 233원이 269원이 됐느냐가 아니다. 이용자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게임을 PC방이라는 공간에서 접속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자에게 별도 비용을 부과할 수 있는지, 더 나아가 이를 따르지 않는 매장의 접속 자체를 차단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특히 LoL은 국내 PC방 이용 순위에서 장기간 최상위권을 지켜온 게임이다. 법률신문은 LoL의 PC방 시장점유율이 40%를 넘는다고 전했다. 이런 게임의 접속이 막히면 중소 PC방 입장에서는 단순한 서비스 하나가 빠지는 수준이 아니라 영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준상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가격을 부당하게 결정·변경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 등을 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라이엇이 실제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는지, 접속 차단 예고가 정당한 계약 집행인지, 아니면 소상공인의 영업활동을 압박하는 불공정 행위인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는 “게임사가 프리미엄 혜택 제공을 중단한 매장에 대해 해당 혜택만 제한하는 것과, 게임 접속 자체를 막는 것은 법적으로 무게가 다르다”며 “특정 게임이 PC방 영업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지위를 갖고 있다면 접속 제한은 단순 계약 문제가 아니라 시장지배력 남용 여부를 따져볼 사안”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챙겨야 할 ‘민생형 플랫폼 갑질’ 의제
이번 논란은 게임업계 내부 분쟁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PC방은 대부분 영세 자영업자들이 운영한다. 코로나19 이후 전기료, 인건비, 임대료 부담을 버텨온 업종이다. 그런데 글로벌 게임사가 인기 게임 접속권을 쥐고 요금 인상과 가맹 조건을 관철하려 한다면, 이는 전형적인 플랫폼 우위 사업자와 소상공인 간 힘의 불균형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소상공인 정책 전문가는 “대통령실과 정부가 배달앱, 온라인 플랫폼, 프랜차이즈 갑질은 민생 이슈로 보면서 게임 플랫폼과 PC방 간 거래 구조는 방치할 이유가 없다”며 “e스포츠 산업 발전의 기반이 된 PC방을 단순한 과금 대상으로만 보는 관행이 있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라이엇은 한국에서 LoL e스포츠와 PC방 문화의 수혜를 가장 크게 본 회사 중 하나다. 한국 PC방은 LoL과 발로란트를 키운 유통망이자 체험 공간이었다. 그런 PC방을 상대로 “돈을 내지 않으면 접속을 막겠다”는 식의 대응이 정당한지는 법원이 1차적으로 판단하겠지만, 정부도 손 놓고 있을 사안은 아니다.
공정위와 문체부는 라이엇의 PC방 계약 구조, 요금 인상 과정, 접속 차단 예고의 법적 근거, 해외 PC방 과금 관행과의 차이, 이용자 선택권 침해 여부를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게임은 문화산업이지만, 시장을 지배한 게임사의 과금 방식까지 문화라는 이름으로 방치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