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박스보다 사람이 먼저 녹는다”…새벽배송업계 온열질환 ‘주의보’
기상청, “올해 기온 평년보다 높을 확률 70%” 열대야 늘며 새벽배송 노동환경도 악화 전망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여름을 앞두고 새벽배송업계에 온열질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상청이 올해 연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을 70%로 전망한 가운데, 폭염과 열대야 증가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심야·새벽 시간대에 일하는 배송 노동자들의 건강 부담도 커질 것이란 지적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온열질환자는 281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80% 넘게 증가한 수치다. 추정 사망자도 32명에 달했다.
정부는 올해도 평년보다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지난달부터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를 운영 중이다.
특히 새벽배송 노동자들은 폭염 취약 직군으로 꼽힌다. 냉장·냉동 상품 배송 비중이 높은 만큼 무거운 아이스박스와 보냉가방을 반복적으로 운반해야 하고, 짧은 시간 안에 배송 물량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류센터의 저온 환경과 외부 폭염을 반복적으로 오가는 점도 체력 소모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장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새벽배송 환경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과거에는 이른 새벽 시간대가 비교적 선선했지만, 최근 몇년간은 열대야 현상이 잦아지면서 오전 4~5시에도 땀이 식지 않는 날이 늘었다는 것이다.
업계 일부에서는 여름철 냉감조끼 지급이나 생수 지원, 휴게시간 확대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 체감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배송 시간 압박과 물량 부담 자체가 줄지 않는 이상 실질적인 온열질환 예방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새벽배송 노동이 단순 야간노동이 아니라 반복 이동과 고강도 운반 작업이 결합된 형태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탈수나 열탈진 초기 증상을 방치할 경우 열사병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는 만큼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 보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도 여름철 폭염 고위험 사업장을 대상으로 물·그늘·휴식 제공 여부를 점검하고 있지만, 플랫폼·위탁 구조가 많은 배송업 특성상 현장 관리에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불어 업계 안팎에서는 폭염 대응을 개별 노동자의 체력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송기사 상당수가 플랫폼·위탁 형태로 일하는 구조상, 무더위 속에서도 배송 지연이나 물량 감소 부담 때문에 충분히 쉬기 어려운 환경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
실제로 노동계에서는 폭염 특보 시 배송량 조정이나 강제 휴식권 보장 같은 제도적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새벽배송업계 종사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상품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관리 시스템은 계속 강화되고 있지만, 정작 현장 인력 보호 체계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폭염이 길어질수록 노동자 안전 문제가 업계 전반의 과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