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알고리즘] 반복되는 사과는 왜 신뢰를 얻지 못하나

2026-05-19     이충진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또 사과했다. 이번에는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 때문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홍보 문구와 이미지가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킨다고 비판했고, 스타벅스는 결국 해당 행사를 중단했다. 정 회장 역시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대중에게 익숙한 장면이다.

정 회장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2022년의 ‘멸공’ 논란이다. 당시 정 회장의 SNS 게시물은 정치·이념 논쟁으로 번졌고, 소비자 불매 움직임과 기업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졌다. 이후 정 회장은 공개적으로 사과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개별 사건의 경중만이 아니다. 대중은 반복되는 패턴을 기억한다는 점이다.

오늘날 소비자는 기업의 상품만 소비하지 않는다. 브랜드의 태도와 조직 문화, 오너의 언행까지 함께 소비한다. 특히 오너가 직접 SNS를 통해 자신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시대에는 개인의 이미지와 기업 브랜드가 사실상 분리되기 어렵다.

과거 재벌 총수들은 대체로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기업은 조직의 얼굴로 움직였고, 오너 개인은 뒤에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의 기업인들은 직접 소비자와 소통하고, 자신의 취향과 생각을 드러낸다. 친근함과 화제성을 얻는 데는 효과적이다. 반면 논란이 발생할 경우 기업 전체가 함께 흔들리는 구조이기도 하다.

사과 역시 마찬가지다.

한 번의 사과는 위기 수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비슷한 논란과 사과가 반복되면 대중은 메시지보다 구조를 보기 시작한다. “왜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의도보다 조직의 감각과 관리 체계가 도마에 오른다.

결국 사과의 진정성은 문장의 수위가 아니라 이후의 변화로 판단된다. 달라진 모습이 보이지 않을 경우 사과는 책임의 표현보다 일시적인 봉합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기업에 더 위험한 것은 거센 비판 자체가 아니다. 반복되는 논란에 대한 대중의 체념과 무감각이다. 쌓이기 시작하면, 브랜드의 신뢰는 조용히 침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