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대출 확대 경쟁 불붙은 은행권…KB국민·신한·우리금융, 대환·전용상품 잇따라 꺼내
- 금융위 31.9조원 목표·대통령실 압박… 은행권 중금리 확대 행보 가속 - KB국민 1조5300억 계획·신한 2조원 검토·우리금융 대환상품 이달 말 출시 - 5대 은행 1분기 공급 29.1% 감소… 총량 규제·건전성 부담 등 구조적 제약 상존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KB국민·신한·우리금융 등 시중은행이 이달 들어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대출 확대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정부의 포용금융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1분기 공급액이 전년보다 29.1% 줄어든 상황에서 은행권이 경쟁적으로 목표치를 높이는 모양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서울 동작 KB 희망금융센터에서 제4차 포용적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올해 중금리대출 공급 목표를 31.9조원으로 제시하며 금리 상한 인하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4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서민금융, 포용금융을 신속하게 그리고 최대한 확보하겠다"고 밝히고,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이른바 '잔인한 금융' 시리즈를 통해 은행권에 중저신용자 금융 접근성 확대를 요구하면서 시중은행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시중은행이 경쟁적으로 확대에 나선 민간 중금리대출은 개인 신용평점 하위 50% 이하 중저신용자에게 연 7.44%(은행권 기준) 이하 금리로 공급하는 비보증부 신용대출로, 1금융권과 2금융권 사이 금리 단층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연간 1조5300억원 규모의 민간 중금리대출 공급 계획을 지난 4일 발표했다. 올해 1분기에만 3068억원(2만1288건)을 신규 공급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전체의 48%를 차지했다. 지난 3월에는 연 소득·재직기간 제한을 없앤 제2금융권 대환 전용 상품 'KB국민도약대출'(최고 금리 연 9.5%)을 출시했고, 만 34세 이하 청년 대상 최대 500만원 한도의 '청년 새희망홀씨II' 출시도 앞두고 있다. 씬파일러(금융 이력 부족 차주)에게는 대안정보와 통신 요금 납부 정보 기반 신용평가모델을, 신용등급 중위등급 고객에게는 정밀 심사 모델을 활용해 가계신용대출 심사 시 추가 한도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지원 대상을 넓혀왔다.
신한은행은 향후 1년간 민간 중금리대출 2조원 규모의 공급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연간 목표(3000억원)의 6.6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현재 은행권 민간 중금리대출 금리 상한선은 금융위원회 고시 기준 연 7.44%로, 금융위가 올해 하반기 이를 낮추는 방안을 예고한 상태에서 신한은행은 자체 상한을 추가로 낮추는 방안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한이 추가로 낮아지면 중신용자가 5~6%대 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어 금리 단층 완화 효과도 기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금융그룹은 이달 말 중저신용 고객 대상 대환대출과 포용금융 통합 플랫폼을 동시 출시한다. 대환대출은 카드·캐피탈·저축은행 대출을 이용해 온 중저신용 고객이 최고 금리 연 7%·최장 10년 분할 상환 조건으로 은행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그룹 통합 '우리 원 드림 갈아타기 대출'이다. 이 상품은 대안신용평가모델을 활용해 소득 증빙이 어려운 주부·프리랜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와 함께 그룹 계열사 포용금융 상품을 모아볼 수 있는 통합 플랫폼 '36.5도'도 같은 시기 선보인다. 저소득·저신용자 대상 '미소금융' 연간 공급 규모를 지난해 60억원에서 3년 내 200억원으로 늘리고, 이 가운데 약 100억원을 청년미래이음대출 등 청년 지원에 배정할 방침이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15일 '5월 첨단전략산업금융협의회'에서 "중저신용자에 대한 금융지원 역시 금융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금융 안전망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1분기 공급 실적은 이런 선언과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올해 1분기 민간 중금리대출 신규 취급액은 7960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1228억원보다 29.1% 줄었다. 5대 은행의 지난해 연간 공급 목표(9조6970억원) 대비 실적도 89.6%에 그쳤다.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 목표를 전년(1.7%)보다 강화된 1.5%로 제시한 상황에서 민간 중금리대출은 일반 가계 신용대출로 분류돼 총량 규제 적용을 받는 구조다. 금융위는 민간 중금리대출 취급액의 최대 80%를 가계대출 총량 산정에서 제외하는 인센티브를 이번 활성화 방안에 포함했지만, 위험가중치가 높은 신용대출을 늘리면 연체율이 오를 수 있고, 이는 건전성 관리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가계대출 억제와 중금리대출 확대를 동시에 요구받는 구조적 모순 속에서 담보 대출보다 위험이 큰 신용대출을 적극 늘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제도가 바뀌어도 리스크 판단은 은행 몫"이라며 "총량 부담이 줄었다고 건전성 부담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