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한투證, ‘돈 굴리기’ 경쟁 본격화...PI·트레이딩서 역대급 실적

미래에셋증권, 분기 순익 1조원 첫 돌파...스페이스X·xAI 투자 평가익 효과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21조·IMA 2.5조 기반 ‘돈 굴리기’ 경쟁력 입증

2026-05-18     나희재 기자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증권업계 ‘빅2’인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자기자본투자(PI)와 트레이딩 부문에서 역대급 실적을 쏘아 올리며 투자은행(IB) 본연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수수료에 의존하던 과거 사업 구조를 넘어,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를 통해 확보한 대규모 자금을 고수익 자산에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자본의 무기화’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18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1조19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증권사 최초로 ‘분기 순이익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전년 동기(2582억원) 대비 288.4% 급증한 수치로, 6년 만에 업계 선두 자리를 탈환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실적 급등을 이끈 핵심은 단연 트레이딩과 PI 부문이었다. 별도 기준 트레이딩 및 기타금융손익은 4050억원으로 전년 동기(3257억원) 대비 24.3% 증가했다. 특히 SpaceX와 xAI 등 글로벌 혁신 기업에 선제 투자했던 PI 자산의 공정가치 평가이익이 약 8040억원 반영되며 전체 수익 규모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렸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를 바탕으로 연환산 ROE(자기자본이익률) 29.1%를 기록하며 자본 효율성 측면에서도 경쟁사를 압도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트레이딩과 기업금융 전 부문에서 고른 성장세를 나타내며 미래에셋증권과 치열한 선두 경쟁을 이어갔다. 한국투자증권의 1분기 별도 기준 순영업수익은 1조1627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운용(Trading) 부문 수익이 4551억원에 달하며 실적의 핵심 축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채권 운용과 ELS 조기상환 확대에 따른 운용손익 개선이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배당금 및 분배금 수익 역시 2221억원으로 전년 동기(1346억원) 대비 65.0% 급증하며 포트폴리오 다변화 성과를 입증했다.

초대형 IB들의 새로운 승부처로 떠오른 IMA 시장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한국투자증권은 IMA 4호까지 출시하며 설정 잔고 2조5600억원을 돌파했다. 투자자 구성은 개인이 76%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고, 법인 비중도 19%에 달하며 리테일과 기관 자금을 동시에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운용 고객자산 내 IMA 잔고가 약 2000억원 수준에 머물며 상대적으로 신중한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잔고 21조6300억원과 IMA 2조5600억원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기업금융 대출과 인수금융 확대에 나선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자산운용의 질적 차이도 눈에 띈다. 미래에셋증권은 별도 기준 채권 잔고 42조3000억원 가운데 회사채 비중을 20조6000억원까지 확대하며 수익성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운용 고객자산 역시 43조400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발행어음 잔고가 10조1000억원을 차지하며 핵심 조달 창구 역할을 수행했다.

한국투자증권도 발행어음 조달 자금 가운데 기업금융 운용 비중을 12조600억원까지 확대하며 ‘돈 굴리는 능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1분기 일평균 약정대금이 18조4800억원까지 증가하며 브로커리지 수익(2486억원)이 안정적인 하방을 지지하는 사이, 트레이딩 부문이 실적 상방을 여는 이상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변동성 리스크는 여전히 경계해야 할 변수다. 미래에셋증권의 1조원대 순이익 가운데 상당 부분이 비상장 자산 평가이익(8040억원)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글로벌 증시 조정 시 실적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IMA 잔고가 급격히 늘어난 만큼 고수익 장기 자산과 고객의 단기 환매 요구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만기 미스매칭’ 리스크 관리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올해 상반기 증권업계의 승부는 ‘자본의 무기화’를 누가 더 정교하게 실행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1조원 고지를 밟은 미래에셋증권의 공격적인 PI 전략과 21조원대 발행어음·2조5000억원대 IMA를 기반으로 육각형 수익 모델을 구축한 한국투자증권 가운데 누가 최종 승자로 자리매김할지는 하반기 금리 인하 국면에서의 자산 회수(Exit) 성과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1분기 성적표가 국내 증권사들이 단순 브로커리지를 넘어 글로벌 수준의 투자은행으로 체질 전환에 성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이정표"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