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야 더워져라”…맥주 판매 부진에 속 타는 주류업계

주류 출고량 감소·2030 음주 절제 문화 확산에 맥주 시장 위축 기조 여름 성수기 앞두고 무알콜·저도주 중심 전략 강화 수제맥주 줄도산까지…업계, “올여름 반등 절실”

2026-05-18     서영광 기자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국내 맥주 시장이 소비 위축과 음주 문화 변화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했다. 전통적인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주류업계는 판매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올해는 예년처럼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특히 무알콜·저도주 제품이 새로운 성장 축으로 부상하는 반면, 일부 수제맥주 업체들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시장에서 퇴장하는 등 업계 양극화도 뚜렷해지고 있다.

오비맥주의

18일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국내 주류 출고량은 지난 2019년 337만6714㎘에서 지난 2024년엔 315만1371㎘로 감소했다. 코로나19 이후 회식·유흥 문화가 축소된 데 이어, 최근에는 건강 관리와 절제된 음주를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까지 확산하면서 전체 주류 소비 자체가 줄어드는 흐름은 지속되고 있다.

특히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맥주 시장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NH농협은행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주점 소비 금액은 전년 대비 20.9% 감소했다. 질병관리청 조사에서도 월간 폭음률과 음주율이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맥주업계는 올해 여름 성수기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분위기는 조심스럽다. 기온 상승과 야외활동 증가로 계절적 수요 확대는 예상되지만, 소비자들의 지갑이 이전보다 쉽게 열리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실제 주요 주류기업들의 실적에서도 맥주 부문의 부진이 확인된다.

하이트진로의 올해 1분기 맥주 매출은 16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 감소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같은 기간 맥주 매출이 109억원으로 25.3% 줄었다. 롯데칠성의 연간 맥주 매출은 2023년 839억원에서 지난해 572억원으로 급감하며 감소 폭이 더욱 커졌다.

업계는 단순히 경기 둔화만이 아니라 소비 구조 자체가 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처럼 ‘많이 마시는 술’보다 가볍게 즐기는 형태가 확산되면서 저도주·무알콜 제품 중심으로 시장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무알콜·논알콜 맥주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마트에서는 지난해 무알콜·논알콜 맥주 매출이 전년 대비 약 21% 증가한 반면, 일반 맥주 매출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모니터는 국내 무·비알콜 맥주 시장 규모가 지난 2021년 415억원에서 2023년 644억원으로 성장했으며, 오는 2027년에는 1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주요 업체들도 관련 제품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카스 올제로’ 유통 채널을 온라인 중심에서 대형마트와 편의점까지 확대했고, 하이트진로는 ‘하이트제로 0.00’과 저도주 제품군 강화에 나섰다. 롯데칠성 역시 ‘클라우드 크러시’를 저도수·저칼로리 콘셉트로 재정비하며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반면 수제맥주 업계는 침체가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최근 부산 기반 수제맥주 업체 와일드웨이브가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고,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도 회생 절차 끝에 파산 선고를 받았다. 편의점 수제맥주 경쟁 심화와 하이볼 중심 소비 이동이 중소 브루어리의 수익성을 악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결국 올여름 날씨와 소비 심리가 시장 분위기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폭염 수준의 무더위가 이어질 경우 가정용 맥주와 편의점 채널 판매가 살아날 가능성이 있지만, 경기 침체와 음주 감소 흐름이 이어질 경우 예년 수준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맥주 시장이 단순한 계절 산업을 넘어 소비 트렌드 변화에 직접 영향을 받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올해 여름 성수기는 판매량 경쟁보다 어떤 제품군이 새로운 소비층을 확보하느냐가 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