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두나무 1조 베팅…함영주 회장 '디지털 혁신 동맹' 승부수

두나무 지분 6.55% 확보…1조 투자로 디지털자산 협력 체계 강화 스테이블코인·블록체인 송금 정조준…전통 금융–가상자산 연결 속도낸다

2026-05-15     박금재 기자
하나금융그룹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하나금융그룹이 국내 가상자산 업계 최대 사업자인 두나무에 1조원 규모 전략 투자를 단행하며 디지털자산 시장 공략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단순 재무적 투자 차원을 넘어 블록체인, 스테이블코인, 디지털자산 기반 금융 인프라를 함께 구축하는 장기 협력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산업 간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는 가운데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 경쟁이 한층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15일 하나금융에 따르면 그룹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하고 있던 두나무 지분 228만4000주를 약 1조33억원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인수 대상 지분은 전체 지분의 6.55% 규모다.

거래가 최종 마무리되면 하나은행은 두나무의 주요 주주로 올라서며 4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국내 금융사가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 운영사에 조 단위 전략적 투자를 집행한 사례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금융그룹의 이번 결정은 단순히 유망 기업 지분을 확보하는 수준을 넘어 미래 금융 생태계 선점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금융 산업이 디지털자산 중심 구조로 빠르게 이동하는 가운데, 성장 축을 기존 은행 중심 서비스에서 블록체인 기반 금융으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 대상인 두나무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업비트 운영사다. 업비트는 국내 거래량과 이용자 수 기준 시장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디지털자산 거래 인프라뿐 아니라 블록체인 사업 확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하나금융은 디지털자산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스테이블코인 시장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기존 은행 시스템과 블록체인 기술을 연결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양사는 이날 투자 발표와 함께 미래형 금융 모델 구축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협력 핵심은 두나무가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네트워크 ‘기와체인’을 중심으로 디지털 금융 인프라를 확대하는 것이다.

실제 양사는 이미 지난해부터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시스템 구축이 대표 사례다.

기존 해외송금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네트워크를 활용해 여러 금융기관을 거치면서 처리 속도와 비용 측면의 한계를 지적받아왔다.

이에 하나금융과 두나무는 블록체인 기반 송금 구조를 적용해 거래 효율성과 실시간 처리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지난 2월에는 기존 SWIFT 외화송금 체계를 기와체인 위에서 구현하는 기술 검증(PoC)을 완료했다. 이어 4월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함께 3자 협약을 체결하며 실증 환경 구축에도 나섰다.

하나금융은 향후 해당 시스템을 고도화해 실시간 외환 거래 및 정산 체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외환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협력 범위는 해외송금에 그치지 않는다.

양사는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부터 유통, 사용, 환류까지 전 과정을 연결하는 디지털 생태계 구축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디지털자산이 실제 금융 시스템 안에서 활용되는 구조를 만들어내겠다는 구상이다.

해외 사업 확장도 공동 과제로 설정했다.

하나금융이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력을 결합해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 진출 기회를 함께 모색할 계획이다. 신규 투자, 현지 서비스 개발, 글로벌 사업 연계 등도 검토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향후 자산관리 영역 변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펀드·연금·신탁 중심의 기존 자산관리 체계에 디지털자산 요소를 접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업비트 플랫폼과 금융 서비스를 연계해 디지털자산 기반 종합자산관리 모델을 선보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투자를 두고 은행과 가상자산 산업 간 관계 변화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과거 금융권이 가상자산 시장을 다소 거리 두며 접근했다면, 이제는 직접적인 협업과 지분 투자 방식으로 산업 내부에 진입하는 단계로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이번 지분 투자는 디지털자산 기반 금융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두나무와 협력을 통해 K-블록체인 생태계 조성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