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요양시설 종신보험’ 검사…한화생명 “제휴법인 문제, 지난달 해지”

요양시설에 종신보험 수천 건…금감원 검사 1호 된 한화라이프랩 한화생명 “제휴 전부터 문제 영업…지난해 4월 제휴 해지” 자회사형 GA 관리 책임 논란…“제휴법인 문제라도 통제 책임 남아” 법망 사이의 ‘회색지대’…공모하면 제재 어렵다는 허점 한화오션은 공정위, 한화솔루션은 금감원…한화 계열 리스크 확산 ‘의리경영’의 그늘…성장보다 내부통제 묻는 시장

2026-05-14     한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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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금융감독원이 요양시설 대상 종신보험 판매 의혹과 관련해 한화생명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인 한화라이프랩 검사에 착수한 가운데, 한화생명 측이 “문제가 된 영업은 제휴법인에서 발생한 사안이며 해당 제휴는 이미 지난해 해지했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을 둘러싼 논란이 단순한 개별 계열사 이슈를 넘어 방산, 화학, 보험 등 핵심 사업 전반의 내부통제 문제로 번지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성장과 확장으로 포장됐던 한화식 경영이 이제는 주주 부담, 소비자 보호, 공정거래 리스크로 동시에 평가받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양시설에 종신보험 수천 건…금감원 검사 1호 된 한화라이프랩

KBS 보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번 주부터 한화라이프랩에 대한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한화라이프랩은 한화생명이 100% 지분을 출자해 만든 법인보험대리점으로, 한화생명뿐 아니라 여러 보험사 상품을 판매하는 조직이다. KBS는 한화라이프랩이 요양시설과 맺은 종신보험 계약이 수천 건에 달하고, 금감원 조사 대상 가운데 요양시설에 종신보험을 가장 많이 판매한 곳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논란의 핵심은 요양시설 운영비와 종신보험 판매가 어떻게 연결됐느냐다. 앞서 KBS는 정부 지원금이 대부분인 요양시설 운영비로 보험료를 내고, 이후 계약자를 시설 대표로 바꾸는 방식으로 종신보험이 악용됐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금감원은 보험 판매 과정에서 가입 후 수익자를 개인으로 바꿔 운영비를 빼돌리도록 유도했는지, 종신보험을 적금처럼 인식하게 하며 원금 보장을 강조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소비자보호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대목도 이 지점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요양시설 운영비가 공적 재원 성격을 띤다면 단순한 보험 판매로 보기 어렵다”며 “종신보험을 저축성 상품처럼 설명하거나 수익자 변경을 전제로 판매했다면 소비자 보호 차원을 넘어 시설 운영비 유용 가능성까지 따져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 “제휴 전부터 문제 영업…지난해 4월 제휴 해지”

한화생명 측은 본지에 “한화라이프랩에 제휴돼 있던 법인에 검사가 나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해당 제휴법인은 한화라이프랩과 제휴하기 전부터 회사가 인지하지 못한 형태의 영업을 해왔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양시설뿐 아니라 여러 판매 형태에서 불안한 부분이 있어 회사는 해지 절차를 진행했고, 해당 제휴는 지난달 이미 해지된 상태”라고 밝혔다. 문제의 판매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은 과거 제휴 기간 중 발생한 계약 이력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화생명 측은 또 “한화생명이 원수사로서 해당 영업을 좌시하거나 방치한 것처럼 비치는 부분은 억울하다”며 “이번 사안은 한화생명 본사가 직접 판매한 건이라기보다는 한화라이프랩과 제휴했던 법인의 영업 행태와 관련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한화라이프랩이 한화생명 100% 자회사형 GA라는 점에서 모회사 차원의 판매채널 관리 책임까지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회사형 GA 관리 책임 논란…“제휴법인 문제라도 통제 책임 남아”

보험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제휴법인 일탈로만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보험사들이 자회사형 GA를 통해 판매 채널을 확장해온 만큼, 해당 채널에서 발생한 영업 관행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도 함께 커졌다는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회사형 GA는 법적으로 별도 법인이지만, 모회사 브랜드와 신뢰를 기반으로 영업하는 구조”라며 “문제가 된 영업이 제휴법인 단계에서 발생했다고 해도, 제휴 심사와 사후 모니터링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보호 전문가도 “종신보험을 요양시설 운영비와 연결해 판매했다면 일반적인 보험 모집보다 훨씬 민감한 사안”이라며 “제휴가 해지됐다는 사실과 별개로, 그 이전에 어떤 내부 경고가 있었고 회사가 언제부터 문제를 인지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망 사이의 ‘회색지대’…공모하면 제재 어렵다는 허점

더 큰 문제는 제재 공백이다. KBS는 운영비를 빼돌리기 위해 요양시설과 보험대리점이 공모했을 경우 소비자를 속인 것으로 보기 어려워 제재가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업법상 소비자 기망 행위로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정무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요양시설 운영비가 공적 재원에 기대고 있는데, 그 돈이 종신보험료로 빠져나간 뒤 개인에게 귀속될 가능성이 있다면 금융감독뿐 아니라 복지재정 관리 차원에서도 문제”라며 “소비자 피해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제재를 피해간다면 입법 공백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안이 단순히 ‘보험을 많이 판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요양시설이라는 취약한 공공성 영역에 종신보험이라는 장기 고액 상품이 집중 판매됐고, 이후 계약자나 수익자 변경 가능성이 결합됐다면 구조 자체가 감독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한화오션은 공정위, 한화솔루션은 금감원…한화 계열 리스크 확산

한화그룹의 감독당국 리스크는 보험 계열에만 그치지 않는다. 공정위는 최근 한화오션의 함정 장비·부품 공급 과정에서 불공정 거래 혐의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현장조사에 나섰다. 조사 핵심은 경쟁사에 대한 가격, 납기, 기술정보 제공 과정에서 차별이 있었는지 여부다. 공정위는 한화오션이 함정 시장에서의 지위를 활용해 경쟁을 제한했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 논란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화솔루션은 당초 약 2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주주 반발과 금감원 정정 요구 이후 규모를 약 1조8000억원으로 줄였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지난달 30일 다시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중요사항 기재가 누락되거나 불분명해 투자자의 합리적 판단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증권신고서 효력도 정지됐다.

한화솔루션은 “금감원의 2차 정정 요구를 매우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신고서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방산에서는 공정거래, 화학·태양광에서는 주주가치, 보험에서는 소비자 보호 문제로 동시에 감독망에 걸려드는 흐름을 가볍게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리경영’의 그늘…성장보다 내부통제 묻는 시장

김승연 회장은 재계에서 오랫동안 ‘의리의 경영인’, ‘승부사 총수’로 불려왔다. 위기 때마다 과감한 인수합병과 투자로 그룹의 몸집을 키웠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최근 한화그룹을 둘러싼 논란은 과거의 성장 서사와는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공정위는 한화오션의 거래 구조를 들여다보고 있고, 금감원은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 신고서에 두 차례 제동을 걸었다. 여기에 한화생명 자회사 한화라이프랩은 요양시설 대상 종신보험 판매 의혹으로 현장 검사를 받고 있다. 방산, 화학, 보험이라는 핵심 계열에서 동시에 감독당국 이슈가 불거진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한화의 공격적 확장을 승부사 경영으로 봤지만, 지금 시장은 그 확장이 어떤 내부통제 위에서 이뤄졌는지를 묻고 있다”며 “계열사별로 문제가 따로 터지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그룹 차원의 준법·리스크 관리 체계가 시험대에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한화라이프랩 검사는 한 보험대리점의 판매 관행을 넘어 한화생명과 한화그룹의 금융소비자 보호 체계를 묻는 사안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의리경영’이라는 이미지 뒤에서 주주와 소비자, 경쟁사에 대한 책임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감독당국의 칼끝이 계열사 전반을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