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노조 비판,관세 전쟁 속 100일…장민영 기업은행장이 꺼낸 것들

- 장민영 기업은행장, 코스닥·AI·스테이블코인 비전 100일 만에 실행 궤도 - 기업은행, 상록수 지분·830억 수당 노사 합의에도 금융위 절차 앞에서 발목 - 달라진 것과 달라지지 않은 것 사이…수익성 압박이 장 행장 임기의 변수

2026-05-13     나아영 기자
장민영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으로 시작해 이재명 대통령의 상록수 비판, 미국발 관세 전쟁까지 겹친 100일을 보낸 장민영 IBK기업은행장이 경영 구상 전반을 내놨다. 830억 원 미지급수당이 금융위원회 절차에 묶인 채로, 코스닥 활성화와 AI·원화 스테이블코인까지 꺼내 드는 모양새다.

장 행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 취임 100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성장 가능성 있는 곳에 자금이 흘러가도록 하고 그 전환의 과정을 함께 해야 한다며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기업은행의 새 방향으로 제시했다. 특히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기업은행 본연의 책무가 얼마나 막중한지 첫 100일을 통해 다시금 절감했다고 덧붙였다.

코스닥 시장 육성은 IBK 코스닥 활성화 TF 출범 한 달여 만에 144억 원을 집행한 분야다. 기업은행은 지난 3월 출범한 이 TF를 통해 4월까지 코스닥 및 예비 상장사를 대상으로 8건에 144억 원을 투자했고, 자회사 IBK투자증권의 기업 분석 보고서 발간 건수도 전년 동기 대비 약 25% 늘어난 61건을 기록했다. 이달 중에는 IBK자산운용이 코스닥 대표 150개 종목으로 구성한 상장지수펀드(ETF)를 처음 선보인다.

은행 전 프로세스를 재설계하는 AI 네이티브 뱅크 전환이 디지털 전략의 중심으로 제시됐다. 장 행장은 초개인화 AI뱅킹, AI 지능형 여신심사 체계, AI 에이전트 기반 업무 환경 등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등 디지털자산 시장 주도권 선점도 구상 중으로, 국가 주도의 정책자금 토큰이 도입될 경우 기업은행이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게 장 행장의 판단이다.

포용금융 측면에서는 신용등급 기반 금리 체계 개편 필요성을 제기했다. 장 행장은 "신용 A등급과 B등급 차주가 3년간 동일하게 이자를 제때 상환했다면 저신용 등급의 금융 소비자가 더 많은 이자를 부담하는 것"이라며 금액별 금리 적용과 성실 상환 시 혜택 부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3개월 이상 연체 시 최대 60%까지 적용되는 채무 탕감 범위를 소액 대출에 한해 확대하겠다는 생각도 밝혔다.

취임 초반부터 현안으로 떠오른 문제들이 여전히 절차 안에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약탈적 금융이라고 비판해 논란의 중심이 된 상록수(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 장기연체채권에 대해 장 행장은 "지분만 남아 있고 잔액은 없는 상태"라며 "굳이 보유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조속히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2003년 카드대란 당시 주요 금융사들이 공동 출자해 설립된 상록수의 기업은행 보유 지분은 10%다.

취임 직후 노조 출근 저지 투쟁의 직접적 원인이었던 830억 원 미지급수당도 아직 금융위원회 절차가 진행 중이다. 기업은행 노사는 지난 2월 코로나 팬데믹 때부터 수년간 누적된 초과근무 수당을 일시 지급하기로 잠정 합의했고, 직원 1인당 미지급 수당은 약 600만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장 행장은 "노사 합의 이후 금융위원회 내부 절차를 따르고 있다"며 "머지않은 시간 해결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전 실현의 전제 조건인 수익 기반도 점검 대상에 올랐다. 기업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장 행장은 "자산 규모가 시중은행 평균 680조 원에 못 미치는 500조 원 수준인 데다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높다 보니 구조적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연체율이 서서히 오를 수 있는 환경에서 정책금융 역할을 확대할수록 수익성 압박은 커진다"며 "비전의 속도와 현안 해결의 속도를 어떻게 맞추느냐가 장 행장 임기의 실질적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