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은 건 매장만이 아니었다”…홈플러스 휴업 후폭풍, 직원·상인 생계까지 흔들
전환배치 약속 하루 만에 철회…노조 “사실상 강제휴직” 전국 37개 점포 셧다운에 입점 상인·배송기사까지 연쇄 타격 ‘회생’ 위한 구조조정이 지역 상권 붕괴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전국 104개 대형마트 가운데 37개 점포의 영업을 중단한 데 이어, 휴업 점포 직원들의 타 매장 전환배치 계획까지 철회하면서 현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
회사 측은 유동성 위기와 매출 급감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노동조합과 입점 상인들은 “회생 비용이 현장 노동자와 자영업자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10일부터 서울 잠실·면목·중계점을 비롯해 부산 센텀시티점, 경기 킨텍스점 등 전국 37개 점포의 영업을 오는 7월 3일까지 잠정 중단해가고 있다. 이는 전체 점포의 약 35% 수준이다.
회사는 당초 휴업 점포 직원 가운데 희망자를 대상으로 다른 매장 전환배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영업 중인 점포들 역시 매출이 전년 대비 70% 이상 감소해 추가 인력 수용이 어렵다”며 계획을 철회했다.
이번 조치로 영향을 받는 직원은 약 4000명 규모로 알려졌다. 회사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평균임금의 70% 수준의 휴업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노조는 상당수 현장 직원이 최저임금 수준 급여를 받고 있어 실제 수령액은 월 140만원 안팎에 그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취업규칙상 ‘이중취업 금지조항’까지 유지되면서 휴업 기간 생계 대책이 사실상 막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장에서는 단순한 ‘휴업’을 넘어 사실상 구조조정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미 일부 점포는 임대차 계약 종료나 폐점이 예정된 상태이며,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영업 중단이 향후 추가 폐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로 경기 부천소사점과 전남 순천풍덕점은 폐점 수순에 들어간 상태다.
특히 이번 사태는 마트 내부에 입점한 자영업자와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도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홈플러스는 임대 매장의 경우 정상 영업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현장 상인들은 “마트 고객이 끊긴 상황에서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일부 점포에서는 식당·카페·안경점 업주들이 손님들에게 “건물 전체가 폐점한 것은 아니다”라는 안내문을 직접 붙이며 대응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배송 노동자 피해도 현실화하고 있다. 영업이 중단된 점포를 기반으로 일하던 배송기사들은 주문 자체가 끊기면서 즉각적인 수입 감소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유통업계에서는 대형마트 한 곳이 지역 상권의 ‘집객 플랫폼’ 역할을 해왔던 만큼, 점포 셧다운이 단순 기업 구조조정을 넘어 주변 상권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시장에서는 홈플러스의 유동성 위기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홈플러스는 최근 기업형슈퍼마켓(SSM) 사업부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NS홈쇼핑에 약 1206억원에 매각하기로 했지만, 업계 기대치에 크게 못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확보한 자금 역시 즉시 유입되는 구조가 아닌 만큼 단기 유동성 해소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편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유통기업의 위기를 넘어, 사모펀드 중심 경영 구조가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의 지속 가능성과 지역 고용 안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점포 효율화와 자산 매각 중심의 회생 전략이 현장 노동자와 지역 상권의 희생 위에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대형마트는 단순 유통시설이 아니라 지역 소비와 고용이 연결된 생활 인프라 성격이 강하다”며 “점포 휴업이 장기화될 경우 직원뿐 아니라 입점업체와 주변 상권까지 연쇄 충격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