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업계, ‘반등’ 없는 구조적 침체 지속…유일한 탈출구는 여전히 ‘다각화’
거래액 4년 연속 감소…방송 매출은 13년 만에 최저 송출수수료 부담 여전…“1000원 중 700원” 모바일·오프라인·IP 결합한 사업 다각화 경쟁 본격화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TV홈쇼핑 업계가 일부 기업의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구조적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패션·뷰티 판매 증가와 특정 고객층 소비 확대가 일부 업체 실적을 끌어올렸지만, 업계 전체 흐름은 거래액 감소와 방송 매출 축소가 이어지는 하락 국면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TV 시청 감소와 모바일 소비 확산, 높은 송출수수료 부담까지 겹치면서 기존 사업 모델의 한계가 뚜렷해진 가운데, 업계는 모바일·오프라인·IP 사업을 결합한 다각화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요 홈쇼핑 7개사의 지난해 거래액은 18조5000억원대로 4년 연속 감소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CAGR)은 -4.2%로 집계됐다. 방송 매출 역시 2조6000억원대로 떨어지며 지난 2012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에서 방송이 차지하는 비중도 40%대 중반까지 낮아졌다.
수익 구조도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홈쇼핑 업체들이 IPTV·케이블TV 사업자에 지급한 송출수수료는 약 2조원 규모로, 방송 매출 대비 비중은 73% 수준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1000원을 벌면 700원 이상을 플랫폼 사업자에 지급하는 구조”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비용 부담은 크게 줄지 않으면서 수익성 방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일부 업체들의 실적 개선도 업황 회복이라기보다는 개별 전략 성과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GS리테일의 홈쇼핑 사업 부문인 GS샵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2.6% 증가했지만, 이는 자체 패션 브랜드(PB) 확대와 AI 기반 콘텐츠 운영 효율화 영향이 컸다. 증시 상승에 따른 5060 소비 확대 효과 역시 일부 패션·뷰티·여행 상품군에 제한적으로 나타났다는 평가다.
업계는 TV 중심 사업 모델 자체가 한계에 도달했다고 보고 있다. 유튜브·OTT·숏폼 콘텐츠 확산으로 TV 시청 시간이 줄어든 데다, 모바일 중심 소비 패턴이 자리 잡으면서 기존 ‘황금 채널’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홈쇼핑 기업들은 단순 방송 판매 채널을 넘어 ‘통합 유통 플랫폼’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CJ온스타일은 모바일 라이브커머스를 중심으로 TV·모바일·유튜브를 연결하는 ‘원플랫폼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 역량과 커머스를 결합하고, 물류 계열사와 연계한 배송 경쟁력 확보에도 집중하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스포츠 IP 기반 굿즈 판매 등 콘텐츠 커머스 영역 확대에도 나섰다.
롯데홈쇼핑은 자체 캐릭터 ‘벨리곰’을 중심으로 IP 사업을 확대해왔다. 단순 홈쇼핑 판매를 넘어 오프라인 전시와 글로벌 콘텐츠 사업까지 영역을 넓히며 소비자 접점 확대에 나서는 분위기다.
NS홈쇼핑은 아예 오프라인 유통망 확보에 나섰다. 최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영업권을 1206억원에 인수하며 전국 293개 점포를 퀵커머스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TV·모바일 판매 상품을 즉시배송 체계와 연결해 신선식품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홈쇼핑 기업 간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단순 TV 송출 경쟁 시대가 끝난 만큼, 자체 브랜드와 콘텐츠, 물류, 오프라인 접점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생존 여부가 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지금의 위기는 단순 경기 부진이 아니라 TV 중심 사업 모델 자체가 흔들리는 구조적 변화의 결과”라며 “멀리 보면 방송 판매 회사에 머무르는 기업은 점점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고, 플랫폼·콘텐츠·물류 기업으로 체질 전환에 성공한 곳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