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3사' 저물고 '테·비' 뜨나?…수입차 판도 왜 뒤집혔나
테슬라 1.3만 대 독주·BYD 4위 안착...수입차 2대 중 1대는 '전기차' 시대 열렸다 카 라이프 중심 '엔진'에서 '소프트웨어'로 이제 소비자들은 수입차에서도 가성비 찾는다 브랜드 신비감 사라진 독일차...중국산의 '가격'과 테슬라의 '소프트웨어'에 맞불 시급
[녹색경제신문 = 장창환 기자] 국내 수입차 시장의 판도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전통 강자였던 '독일 3사(BMW·벤츠·아우디)'의 지배력이 약화되는 사이 테슬라와 BYD를 필두로 한 전기차 브랜드들이 시장을 급격히 잠식하고 있다. 특히 국내 진출 1년이 조금 넘은 BYD가 가성비를 앞세워 소비자 '파이'를 늘리는 모양새라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8일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4월 수입 승용차 등록 대수는 3만4,056대로 전년 동월(2만1,509대) 대비 58.3%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8%에 달해 '수입차 2대 중 1대는 전기차'인 시대가 가시화됐다.
테슬라는 4월 한 달간 1만3,191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브랜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월(1만1,134대) 대비 18.5% 성장한 수치로 지난해 같은 기간(1,447대)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약 8배 이상 폭증한 기록이다.
테슬라의 판매량은 2위 BMW(6,659대)와 3위 벤츠(4,787대)의 기록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 특히 모델Y는 1만86대가 팔리며 수입차 단일 모델 최초로 월 1만대 판매 시대를 열었다.
이는 소비자들이 내연기관차보다는 무선 업데이트(OTA)와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 등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량(SDV) 경험을 우선순위에 두기 시작한 결과로 해석된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 BYD의 약진도 매섭다. BYD는 2,023대를 등록하며 볼보(1,105대)와 렉서스(1,079대)를 제치고 수입차 브랜드 4위에 안착했다. 이는 전월(1,664대) 대비 21.6% 증가한 실적으로 800대를 판매한 주력 모델 '돌핀'이 수입차 모델 순위 5위에 오르는 등 기염을 토했다.
무엇보다 이번 실적은 그간 국내 시장에 팽배했던 '메이드 인 차이나' 기피 인식을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으로 어느 정도 타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과거 브랜드의 '네임밸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가성비를 중시하며 중국산 전기차를 대안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전체의 보편적인 추세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초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내연기관차의 가파른 하락세 속에 전체 신차 판매 점유율 17%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분기 기준)를 기록했다. 특히 테슬라는 지난 1분기 글로벌 판매 1위를 재탈환하며 시장 지배력을 다졌고, BYD 역시 중국 시장을 넘어 영토를 확장하며 독일차의 점유율을 흡수하는 모양새다.
실제 알릭스파트너스(AlixPartners)의 연구에 따르면, 최근 독일 현지 소비자들조차 약 20%가 독일산 차량 구매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할 정도로 전통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흔들리고 있다. 이는 미국(14%)이나 프랑스(12%)보다 높은 수치로 신흥 브랜드로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입차 시장의 이같은 격변은 국산차 브랜드에도 위기 의식을 상기시킨다. 현대차와 기아가 하이브리드와 SUV를 앞세워 안방 사수에 나서고 있지만, 테슬라의 소프트웨어 경쟁력과 BYD의 공격적인 가성비 공세는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을 빠르게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이번 4월 국산 승용차 브랜드 1위를 차지한 기아(5만2,371대)와 2위 현대(3만7,382대)의 성적에도 수입 전기차 브랜드들의 점유율 확대는 향후 국산차의 입지를 위협할 수 있다는 업계의 분석이 나온다. 국산차 브랜드들 역시 글로벌 수준의 가격 경쟁력과 충전 인프라, 소프트웨어 고도화를 서두르지 않으면 안방 권력을 내줄 수 있다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간 브랜드 파워를 앞세웠던 독일차들은 전기차 시장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벤츠의 판매량이 전월 대비 11.6% 감소하고 아우디가 918대에 머무는 사이 테슬라와 BYD는 공격적인 가격 정책과 독자적인 충전 생태계를 앞세워 주도권을 뺏어오는 모양새다.
이러한 판도 변화는 수입차 시장의 무게중심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지커(Zeekr)의 상륙과 샤오미 등 중국 브랜드의 가세도 예고된 상황이다. 결국 독일차 브랜드가 중국산의 '가격'과 테슬라의 '소프트웨어' 공세에 맞설 대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수십 년간 이어온 '독일차 천하'도 입지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