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단부터 노사 막판 협상까지…삼성전자 5·21 총파업 '분수령'
가처분 결과·노조 내부 균열에 파업 강도 촉각 정부 중재 움직임 속 절충안 도출 가능성 주목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예고한 5월 21일 총파업이 약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실제 강행 여부와 파업 강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에 시장 이목이 쏠리고 있다. 법원의 가처분 판단, 노조 내부 결속력, 정부의 중재·압박 강도, 노사 협상 여지 등이 대표 변수로 꼽힌다.
가장 먼저 주목되는 변수는 법원 판단이다. 수원지법 민사31부(부장판사 신우정)는 삼성전자가 지난달 16일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을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오는 13일 노조 측 의견을 청취한 뒤, 파업 예정일 하루 전인 20일까지 인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열린 비공개 심문에서 삼성전자 측은 안전 보호시설 유지 필요성과 웨이퍼 변질 방지 작업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생산시설 중단 시 고가 설비 손상과 사업 재개 지연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일본·독일 주요 반도체 업체 사례를 들어 쟁의행위로 생산시설이 중단된 전례가 없다는 점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노조 측은 안전·보안 시설 유지 필요성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사측이 필수 유지 인력 규모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가처분이 일부라도 인용될 경우 필수유지업무 인력의 파업 참여 범위가 제한되면서 전체 파업 강도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번째 변수는 노조 내부 결속력이다. DX 부문 중심의 삼성전자노조동행(동행노조)은 지난 4일 초기업노조 및 전삼노에 공동교섭단 종료를 통보하며 공동투쟁본부에서 이탈했다. 동행노조는 이후 공정대표의무 준수와 차별대우 금지를 요구하는 공문도 발송하며 법적 대응 가능성을 언급했다.
초기업노조 내부에서도 비반도체 부문 조합원을 중심으로 탈퇴 움직임이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 따르면 노조 홈페이지에는 지난달 말부터 탈퇴 신청 글이 급증했고, 조합원 수 역시 기존 7만6000여명 수준에서 최근 7만3000명대로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공동투쟁본부 내부 균열과 비반도체 부문 이탈 움직임이 장기화될 경우 실제 파업 동력이 예상보다 약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세 번째 변수는 정부의 중재 및 압박 강도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나 부당한 요구를 해서 국민에게 지탄을 받게 되면 해당 노조뿐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주게 된다”고 언급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삼성전자 이익에는 주주를 포함해 지역 공동체와 국가 공동체, 모든 협력 기업들이 연관돼 있다”며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파업이라는 사태는 상상조차 못 하겠다”고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노사 간 진정성 있는 대화를 촉구했다.
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의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중노위는 이미 조정 중지 상태였던 삼성전자 임금협상 안건에 대해 사후조정 절차 참여를 노사 양측에 타진했고, 지난 6일 조정위원회가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과 면담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담당인 김도형 경기지방고용노동청장도 8일 최 위원장과 면담할 예정이다. 다만 사후조정은 노사 양측 동의가 있어야 개시된다. 지난 2024년 7월 첫 파업 당시에도 중노위가 사후조정에 나섰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고, 이후 자율 교섭을 거쳐 같은 해 11월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이 도출된 바 있다.
마지막 변수는 노사 간 협상 여지다. 삼성전자 측은 지난 3월 집중교섭 과정에서 DS 부문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 포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영업이익의 약 13% 수준, 1인당 약 5억3000만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반면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명문화하고, 연봉의 50%로 제한된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 폐지를 요구하고 있어 양측 간 입장 차는 여전히 큰 상황이다.
사측은 최근 신제윤 이사회 의장에 이어 전영현 DS부문장과 노태문 DX부문장 명의의 사내 메시지를 통해 “열린 자세로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지만, 노조는 “파업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최승호 위원장이 중노위 면담 과정에서 사측의 불성실 교섭에 대한 사과가 선행될 경우 사후조정 절차 참여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측의 대응 방식이 막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증권가는 노조가 예고한 18일간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손실 규모가 18조~30조원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첫 파업 사태보다 노조의 조직력과 발언권이 커진 상황에서 회사 역시 생산 차질 방지와 주주 신뢰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며 “법원 판단과 정부 중재, 노조 내부 결속 흐름이 어떻게 맞물리느냐에 따라 실제 파업 수위는 예상보다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분위기는 노사 모두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지만 실제로는 막판 협상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둔 상황은 아니다”라며 “사측의 추가 제시안이나 노조의 사후조정 참여 결정 등이 마지막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