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Talk] "DEX가 거래소를 이긴다"…하이퍼리퀴드, 파생상품 시장 70% 장악
탈중앙화 파생상품 시장 70% 장악…거래량 늘수록 토큰 가치 오르는 구조 '주목' 아서 헤이즈 100만 달러 직접 베팅·기관 ETF 파일링 줄이어…제도권 편입 가시화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탈중앙화 거래소(DEX)가 중앙화 거래소(CEX)를 위협하고 있다. 그 중심에 하이퍼리퀴드(HYPE)가 있다.
하이퍼리퀴드는 자체 레이어1(L1) 블록체인 위에서 퍼페추얼(영구 선물) 거래를 제공하는 탈중앙화 파생상품 플랫폼이다. 퍼페추얼이란 만기 없이 지속되는 선물 계약으로, 실제 코인을 보유하지 않아도 가격 방향에 베팅할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업비트나 빗썸 같은 중앙화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블록체인 위에서 직접 이 거래를 처리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수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30일 기준 하이퍼리퀴드가 처리한 퍼페추얼 선물 계약 규모는 1830억 달러를 넘어섰다. 업계 2위인 에스터(Aster)의 550억 달러를 세 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3위 에지엑스(edgeX)와 4위 라이터(Lighter)가 각각 500억, 490억 달러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DEX인 하이퍼리퀴드가 중앙화 파생상품 거래소인 데리빗(Deribit)보다 더 많은 거래를 처리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탈중앙화 파생상품 시장 점유율은 약 70%에 달하며, 시가총액은 약 104억 달러로 글로벌 15위권에 위치해 있다.
하이퍼리퀴드의 차별점은 수익 구조에 있다. 프로토콜 수익의 97%를 HYPE 토큰 바이백에 쏟아붓는 구조다. 거래량이 늘수록 토큰 수요가 기계적으로 증가하는 설계로, 플랫폼 성장과 토큰 가치가 정비례 관계를 형성한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하이퍼리퀴드에서 누군가 선물 거래를 한 번 할 때마다 수익의 대부분이 HYPE를 사들이는 데 쓰인다는 뜻이다. 여기에 최근 거버넌스 투표를 통해 약 10억 달러 규모의 HYPE 토큰 소각도 결정됐다. 바이백과 소각이 동시에 맞물리면서 공급 감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온체인 누적 데이터도 성장을 방증한다. HyperEVM의 총 거래 수수료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총 거래량은 3조64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누적 수익 역시 9억9300만 달러로 최고치에 근접해 있다.
하이퍼리퀴드는 파생상품 거래소에 머물지 않겠다는 신호도 보내고 있다. 지난 5일 HIP-4 메인넷을 활성화하며 예측시장 플랫폼 '아웃컴스(Outcomes)'를 출시했다. 첫날 하루에만 605만 달러의 계약 거래량을 기록하며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비트코인 가격이 특정 시점에 특정 가격대에 있을지 없을지를 두고 베팅하는 구조로, 폴리마켓의 대항마를 자처하며 종합 금융 인프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10월 도입된 HIP-3는 누구나 HYPE를 스테이킹해 퍼페추얼 선물 시장을 개설할 수 있도록 시장 창출을 탈중앙화했고, HyperEVM과 CoreWriter 통합으로 다양한 DeFi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도 갖춰가고 있다. 최근 미국-이란 분쟁 국면에서는 원유 선물 거래 플랫폼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될 때마다 하이퍼리퀴드로 거래가 몰리는 현상이 반복되며, 단순 코인 거래소를 넘어 실물 자산 파생상품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도 입증하고 있다.
기관 자금과 유력 인사들도 하이퍼리퀴드에 베팅하고 있다. 비트멕스 공동창업자 아서 헤이즈는 최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일부를 처분해 100만 달러 이상의 HYPE를 직접 매수했다. 그는 하이퍼리퀴드를 "실질적인 수익과 토큰 경제학을 갖춘 퍼미션리스 파생상품 플랫폼"이라고 평가하며 올해 8월까지 목표가 150달러를 제시했다. 자산운용사 비트와이즈는 지난 4월 독일 도이체뵈르제 엑스트라(Xetra)에 하이퍼리퀴드 스테이킹 ETP(BHYP)를 상장했고, 그레이스케일·21쉐어스 등 주요 운용사들도 ETF 파일링을 마친 상태다. 기관이 법적·컴플라이언스 심사를 통과시킨 DeFi 프로토콜이 손에 꼽는다는 점에서, 이 같은 움직임은 하이퍼리퀴드의 제도권 편입 가능성을 시사한다.
가격도 반응하고 있다. 5월 6일 기준 HYPE는 44달러 수준에서 24시간 약 4% 상승 마감했으며, 일 거래량은 4억1100만 달러를 돌파하며 올해 초 최고 활황기 수준에 근접했다. 최근 7일 기준 9.70% 상승으로 전체 암호화폐 시장 평균(6.40%)을 웃돌고 있다. 사상 최고가(ATH)는 59.30달러로, 현 시세 기준 약 38% 아래에 위치해 있어 추가 상승 여력에 대한 기대감도 남아 있다.
다만 리스크 요인도 있다. 전체 공급량 10억 개 중 현재 유통 중인 물량은 4억3500만 개(43%)에 그쳐, 향후 지속적인 물량 공급 부담은 이어진다. 5월 6일 예정됐던 토큰 언락은 42만2000 HYPE(약 1750만 달러)로 유통 공급량의 0.18%에 불과했고, 시장에 큰 충격 없이 마무리됐다. 오히려 언락 이후 HYPE는 상승세를 이어갔는데, 바이백 메커니즘이 매도 압력을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개발팀의 독립성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하이퍼리퀴드 랩스는 외부 투자를 일절 받지 않은 자체 자금(Self-funded) 조직으로, 하버드·칼텍·MIT 출신의 기술·금융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벤처 자본의 입김 없이 독자적인 로드맵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은 장기 투자자에게 긍정적인 요인이다. DEX가 CEX를 넘보는 흐름이 구조적으로 이어지는 한, 하이퍼리퀴드는 그 수혜의 최전선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