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한화오션 현장조사…‘의리경영’ 김승연의 한화, 유증·내부거래 논란 도마 위
함정 부품 거래 정조준…공정위 칼끝 향한 한화 “계열사끼리 다 해먹는 구조 아니냐” 지적도 금감원도 두 번째 제동…한화솔루션 유증 논란 새 국면 “줄였는데도 또 정정”…당국이 본 건 숫자보다 신뢰 한화생명 담보 논란…“마지막 안전판까지 동원” “의리경영인가, 주주 희생인가”…달라진 시장 시선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재계에서 오랫동안 ‘의리의 경영인’으로 불려온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한화가 최근 유상증자 논란과 내부거래 의혹, 감독당국 조사까지 겹치며 시험대에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한화오션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하면서 그룹 계열사 중심 거래 구조와 방산 수직계열화 전략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한화솔루션 유상증자 논란도 금융감독원의 두 번째 정정 요구로 새 국면을 맞았다. 과거에는 ‘승부사 경영’으로 평가받던 한화식 확장 전략이 이제는 주주 부담과 구조 리스크로 읽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함정 부품 거래 정조준…공정위 칼끝 향한 한화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한화오션 서울사무소에 조사관을 보내 함정 장비·부품 공급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핵심은 잠수함 장비 공급 과정에서 경쟁사 대비 가격·납기·기술정보 제공 등에 차별이 있었는지 여부다. 특히 공정위는 시장 지배적 위치를 활용해 경쟁을 제한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화오션 측은 이번 현장조사가 최근 연장된 기업결합 시정명령과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업결합 시정조치는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당시 공정 경쟁을 위한 취지로 내려진 것”이라며 “공정위 역시 시정조치 불이행 등 위법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사는 경쟁사의 신고에 따라 진행 중인 사안으로, 잠수함 부품 관련 건이며 일부에서 언급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나 한화시스템 공급 부품과는 무관하다”며 “현재 공정위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있고 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적극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계열사끼리 다 해먹는 구조 아니냐” 지적도
공정위는 이미 과거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승인하면서 경쟁 제한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당시 함정 부품 가격 차별 제공과 기술정보 제공 제한 등을 금지하는 조건까지 부과했다. 최근에는 해당 시정조치 이행 기간도 연장됐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한화 계열사가 함정 시장에서 지나치게 강한 영향력을 확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함정 건조와 핵심 부품 공급이 그룹 내부 계열사 중심으로 묶일 경우 경쟁사 입장에서는 사실상 한화 계열 공급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화오션 측은 “기업결합 이후 한화오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3사는 시정명령 이행을 위한 내부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이를 철저히 준수해 왔다”며 “앞으로도 준법경영 원칙에 따라 공정위 시정명령을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급변하는 글로벌 방산 환경 속에서 K-방산 경쟁력 제고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금감원도 두 번째 제동…한화솔루션 유증 논란 새 국면
한화그룹을 둘러싼 부담은 공정위 조사에 그치지 않는다. 한화솔루션의 대규모 유상증자 논란은 금융감독원의 두 번째 정정 요구로 다시 불붙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3월 약 2조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전체 조달 자금 가운데 약 1조5000억원이 채무 상환에 쓰이는 구조가 알려지자 시장에서는 “주주 돈으로 빚을 갚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유상증자 발표 직전 주주총회에서 발행 예정 주식 총수를 확대하는 안건이 통과된 뒤 곧바로 대규모 유증이 발표된 점도 투자자 신뢰 논란을 키웠다.
논란이 커지자 금감원은 지난 4월 1차 정정 요구를 내렸고, 한화솔루션은 증자 규모를 2조4000억원에서 1조8000억원으로 6000억원 줄였다. 채무 상환 자금도 1조5000억원에서 9000억원으로 낮추고 시설 투자 9000억원은 유지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조정했다. 경영진도 주주와의 소통 부족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다시 정정 요구를 통보했다. 신고서의 형식 요건 미비뿐 아니라 중요 사항 기재가 누락되거나 불분명하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솔루션은 이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주주와 언론에서 제기된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정정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 신고서를 성실히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줄였는데도 또 정정”…당국이 본 건 숫자보다 신뢰
이번 2차 정정 요구는 단순한 절차 보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솔루션이 이미 증자 규모를 줄이고 채무 상환 비중도 낮췄는데도 금감원이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다.
시장에서는 당국이 유증 규모 자체뿐 아니라 주주에게 제공된 정보의 충분성, 자금 사용 목적의 명확성, 기존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까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정정 요구를 했다는 것은 시장에 가볍지 않은 신호”라며 “문제는 단순히 얼마를 조달하느냐가 아니라 주주에게 얼마나 투명하게 설명했느냐”라고 말했다.
한화생명 담보 논란…“마지막 안전판까지 동원”
특히 핵심 금융계열사인 한화생명 지분이 담보로 활용되고 있는 부분도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한화생명은 그룹 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담당하는 핵심 금융계열사로 평가된다. 그런데 이 지분까지 자금조달 과정에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사실상 마지막 안전판까지 동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공격적인 투자와 인수합병이 ‘승부사 경영’으로 포장됐다면 지금은 시장이 자금조달 구조와 재무 안정성을 훨씬 민감하게 본다”며 “핵심 금융계열사 지분 담보까지 등장한 이상 단순 성장 스토리로만 보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의리경영인가, 구조 리스크인가”…달라진 시장 시선
김승연 회장은 재계에서 오랫동안 ‘의리의 경영인’, ‘승부사 총수’ 이미지로 불려왔다. 실제 위기 때마다 공격적인 투자와 인수합병으로 그룹을 키워온 인물로 평가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시장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유상증자 논란과 계열사 의존 구조, 내부거래 의혹, 감독당국 조사까지 겹치면서 과거의 공격적 투자 전략이 이제는 구조적 리스크로 읽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한화를 승부사 그룹으로 봤다면 지금은 어떤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지배력을 유지하느냐를 보는 분위기”라며 “이제는 성장보다 구조 리스크가 더 크게 보이는 국면으로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