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통합계좌 시대 열렸다...삼성·키움증권 등 시장 선점 경쟁 본격화

2026-05-07     나희재 기자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7500선을 돌파하며 역사적 신고가를 경신한 가운데, ‘외국인 통합계좌(옴니버스 계좌)’ 제도의 확산이 증권주 랠리의 새로운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해외 투자자가 별도의 계좌 개설이나 투자등록 절차 없이 국내 주식을 일괄 매매·결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국내 증권사들이 글로벌 자금 유치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이다.

7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지난 2월 외국인 통합계좌 개설 주체 제한이 폐지되면서 삼성·키움·하나·KB증권 등 주요 대형 증권사들이 글로벌 온라인 증권사 및 투자은행(IB)과 잇달아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외국인 자금 허브’ 선점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4월 글로벌 온라인 브로커리지 기업 인터랙티브브로커스(IBKR)와 손잡고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 론칭 작업에 착수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업이 단순 브로커리지 확대를 넘어 글로벌 자본 조달 역량과 국내 리테일 네트워크를 결합한 ‘토털 금융 플랫폼’ 구축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IBKR의 글로벌 트레이딩 시스템과 삼성증권의 국내 영업 인프라가 결합될 경우 비거주 외국인 개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키움증권 역시 리테일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핀테크 플랫폼과의 연합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 2월 미국 온라인 투자 플랫폼 위불(Webull)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서비스 도입을 위한 실무 협의를 진행 중이다. 위불은 전 세계 14개 시장에서 약 2500만명의 고객 기반을 확보한 글로벌 플랫폼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협력이 해외 개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유입 확대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국내 주식시장 점유율 1위 리테일 경쟁력을 기반으로 외국인 투자자 시장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2024년 홍콩 중신증권과 체결한 IB·금융상품 협력 계약 역시 상품 경쟁력 강화와 수익 구조 다변화를 위한 포석으로 평가된다.

하나증권도 외국인 통합계좌 시장 선점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나증권은 홍콩 대형 핀테크 플랫폼 푸투(Futu)와 협업해 오는 6월 말 ‘외국인 통합계좌 3호’를 선보일 예정이다. KB증권 역시 6월 말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내부 시스템 구축과 절차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B증권은 외국계 증권사와의 협업을 기반으로 해외 고액자산가(HNW) 중심의 리테일 고객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설용진 iM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개인 투자자들이 IBKR을 통해 한국 주식을 거래할 경우 삼성증권이 인터브로커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라며 “국내 투자자가 해외 증권사 계좌 없이 한국 증권사 MTS를 통해 해외 주식에 투자할 때 현지 증권사가 인터브로커 역할을 맡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증권-IBKR 제휴 외에도 하나증권의 홍콩·일본 증권사 협업, 키움증권-위불 MOU 등 주요 종합금융투자사업자들이 관련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며 “전반적인 외국인 수급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단순 중개 수수료 수익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금융사와의 협업을 기반으로 해외 우량 자산과 투자자를 선점하고, 이를 국내외 고객에게 연결하는 ‘글로벌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장에선 글로벌 금융사와의 연쇄적인 MOU 체결이 국내 증권사들에 ‘퀀텀 점프’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확보한 신뢰도와 인프라는 자산관리(WM) 경쟁력 강화는 물론, 국내 기업의 해외 자금 조달 창구로서 증권사의 역할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존 기관 중심이던 외국인 투자 기반이 개인 투자자까지 확대되면서 국내 증시의 글로벌 유동성도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