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김승연' 재계순위 5위 이어 한국항공우주산업 인수 나서나...지분 5% 이상 취득 '경영 참여' 선언

- KAI 민영화 시 사전정지작업...인수 시 재계 4위 노려

2026-05-06     박근우 기자

[녹색경제신문 = 박근우 기자]

그야말로 '진격의 김승연'이라는 말이 나온다.

김승연 회장이 이끄는 한화그룹이 방산 사업 호조에 따라 재계 순위 5위에 오른 데 이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주식을 추가 취득하며 사실상 경영 참여에 나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4일 KAI 주식 10만 주(0.1%)를 추가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한화그룹은 이번 추가 매입으로 KAI 지분이 5.09%로 늘어났다. 지난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등은 연간 사업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KAI 지분 4.99%를 확보했다고 공개했다.

이로써 한화 측은 KAI 지분 보유 목적을 기존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상장 회사가 다른 회사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게 되면 금융감독원에 보유 사실 및 목적 등을 밝혀야 한다.

더욱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연말까지 총 5000억원을 들여 KAI 주식을 추가 매입할 계획이다. 4일 종가(18만원) 기준으로 KAI 지분의 약 3% 수준이다. 따라서 한화그룹의 KAI 총지분율은 약 8% 내외가 된다. 이는 한화그룹은 최대 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26.41%)에 이어 국민연금(8.56%)과 2대 주주를 놓고 경쟁하는 셈이다.  

김승연

한화그룹의 지분 확대는 향후 KAI 민영화가 추진될 경우를 대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화가 KAI 경영에 직접 참여해 우선 양사 협력 기반을 구축한 이후 완전 인수를 완료한다는 구상이다. 한화가 우주항공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은 만큼 글로벌 항공 방상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KAI 인수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는 관측이다. 

한화 측은 "사업 시너지 가치와 투자 가치를 모두 고려해 지분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향후 KAI 민영화가 공론화될 경우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춰 인수 또는 통합 등 추진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한화그룹이 2대 주주가 되면 향후 정부의 KAI 지분 매각 방식에 한화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KAI는 정권 마다 공기업에서 탈피해 글로벌 시장 경쟁 체제에 맞게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언제라도 KAI 민영화는 진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화그룹이 KAI를 인수할 경우 육상(전차·자주포), 해상(함정), 우주(발사체)에 이어 항공(전투기·헬기)을 모두 아우르는 '글로벌 방산 그룹'이 탄생하게 된다. 다만 지난 20여년간 약 12조원의 공적 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매각 사례에서 나타난 특혜 논란 등이 재현될 수 있다. 

하지만 한화그룹의 원대한 방산 비전을 완성하기 위해 KAI 인수를 필수적이다. 아울러 김동관 부회장의 한화그룹 승계 구도에도 중요하다.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그룹 내 우주 사업 총괄 조직인 '스페이스 허브'를 진두지휘하며 우주항공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주력해왔기 때문이다. KAI 인수는 우주항공 미래 먹거리 발굴의 완성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상 방산·항공엔진·항공전자·레이더·우주발사체 등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고 KAI는 국내 유일의 완제기 개발·제작 업체이자 위성 개발 및 공중전투체계 등의 기술력을 갖고 있어 두 회사에 큰 시너지가 기대된다는 주장도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달 2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지정 결과, 재계 7위에서 5위로 두단계 껑충 도약했다. 한화그룹은 그간 줄곧 7위를 벗어나지 못했으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방산 계열사의 주가 급등으로 재계 5위에 오른 것이다. 

향후 한화그룹이 KAI를 인수할 경우 재계 순위는 4위를 노릴 수 있게 된다. 5월 현재 한화그룹의 자산 총액은 149조6000억원인데 여기에 재계 53위 KAI의 자산(약 10조3000억원)을 더하면 160조원이 넘는다. 물론 재계 4위 LG그룹(187조원)과 20조원 이상의 격차가 존재하지만 한화그룹이 KAI를 인수하면 주가 급등으로 격차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김승연 회장은 새해 첫 현장 경영 행보로 한화 제주우주센터를 찾아 "우주로 가는 것이 한화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은 1981년 9월 아버지 김종희 창업주가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29세에 한국화약그룹(현 한화그룹) 회장에 취임한 한화를 재계 5위는 물론 글로벌 방산그룹으로 도약시켰다"며 "KAI는 김동관 부회장에게 경영을 승계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