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웃고 있는데, 석유화학은 깨어날까…‘불황의 끝’ 기대 커진다

반도체 호황의 낙수효과·중동 공급망 재편…석유화학 반등 조건 형성 중국 저가 공세 약화·고부가 전환 가속…‘살아남은 기업’ 재평가 기대

2026-05-04     한승진 기자

[녹색경제신문 = 한승진 기자]

여수시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산업 전반에 유동성이 확산되는 가운데, 장기 침체에 빠졌던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도 반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건자재 수요 회복 가능성과 중동발 공급망 불안, 중국 저가 공세 완화 조짐 등이 맞물리며 업황 개선 조건이 형성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이번 회복 국면이 단순한 실적 반등을 넘어 범용화학 중심 산업 구조가 첨단소재 중심으로 재편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시장에서는 이번 반등을 단순 업황 회복이 아닌 산업 구조 변화의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정유·화학 업계 실적이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데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까지 맞물리면서 그동안 저평가됐던 국내 화학 기업들의 재평가 가능성이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최근 반도체 업황 개선이 석유화학 산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개선으로 시장 유동성이 확대되고, 임직원 인센티브와 투자 확대가 건설·리모델링 시장으로 이어질 경우 PVC, 창호, 단열재 등 건자재용 화학제품 수요 증가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은 건설과 제조업 전반의 기초 소재를 공급하는 산업인 만큼, 경기 회복의 후행 수혜를 받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에서 시작된 경기 회복 흐름이 건설과 소비로 확산되면 결국 석유화학 수요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공급 측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최근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는 글로벌 화학 공급망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중동은 글로벌 화학 생산의 핵심 축이지만, 지정학적 변수 확대와 투자 지연 가능성이 공급 증가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역설적으로 국내 화학업계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안정적인 생산 기반과 이미 구조조정을 거친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공급망 대체재로 부각될 수 있어서다.

중국 변수 역시 중요하다. 그동안 중국은 저가 원료 기반 대규모 증설을 통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왔지만, 최근 원가 경쟁력 약화와 공급 조절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시장 구조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는 잃었던 시장 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로 평가된다.

다만 업계의 생존 전략은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범용 제품 중심 사업 구조만으로는 중국과 가격 경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소재, 반도체용 고순도 케미컬, 친환경 재활용 소재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사업 재편이 빨라지고 있다.

LG화학,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화학사들도 범용 석유화학 비중을 줄이고 첨단소재 중심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에서는 결국 ‘살아남은 기업’이 다음 사이클의 수혜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재무 안정성과 고부가 제품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 중심으로 업황 회복 수혜가 집중될 수 있다는 의미다.

증권사 관계자는 “석유화학 산업은 단순 경기민감 업종이 아니라 산업 전환 과정에 들어섰다”며 “이번 회복 국면은 단순 반등보다 산업 체질 변화의 시작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업황 회복 속도와 폭은 여전히 변수다. 글로벌 경기 회복 속도, 중국 증설 재개 여부, 유가 흐름 등이 실적 방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석유화학의 화려한 부활’이 현실이 될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