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증권가, ‘실적 훈풍’에도 웃지 못하는 IB… 리테일 쏠림 현상 심화

올해 1분기 주요 증권사 역대급 실적 달성하며 수익성 지표 개선 수탁수수료 수익 급증...NH투자·KB·신한투자증권 등 100%↑ 반면 IB부문의 경우 실적 후퇴...KB·신한투자증권 전년동기 대비 20% 급감

2026-05-04     나희재 기자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국내 증권업계가 올해 1분기 증시 활황에 힘입어 일제히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다만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 중심의 수익 구조가 한층 심화되며 사업 포트폴리오의 불균형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테일 부문이 전반적인 이익 성장을 견인하는 가운데,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기업금융(IB) 부문은 대형 딜 부재 속에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4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1분기 국내 주요 대형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하며 역대급 분기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거래대금 확대와 개인 투자자 유입이 맞물리면서 수수료 수익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대표적으로 NH투자증권은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475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2081억원) 대비 128.5% 급증했다. 실적 개선의 핵심 동력은 수탁수수료였다. 해당 기간 수탁수수료 수익은 4001억원으로 집계되며 전년 동기(1405억원) 대비 184.7% 증가, 전체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리테일 부문의 가파른 성장세에 힘입어 기록적인 성과를 냈다. 1분기 당기순이익은 2884억원으로 전년 동기(1079억원) 대비 167.4% 증가했다. 특히 위탁수수료 수익은 2935억원으로 전년 동기(929억원) 대비 216.1% 급증하며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KB증권 또한 WM(자산관리) 부문 영업이익은 50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4% 급증하며 S&T(세일즈앤트레이딩) 및 IB 등 타 부문을 크게 앞질렀다. 업계 전반적으로 리테일 사업이 실적을 사실상 견인하는 구조가 더욱 공고해진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 1분기 주식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이 전년 평균을 크게 웃돈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개인 투자자들의 시장 복귀가 맞물리며 거래 회전율이 상승했고, 이는 곧바로 증권사 수수료 수익 증가로 이어졌다.

반면 IB 부문은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리테일 수익이 두세 배 가까이 증가하는 동안 IB 수익은 오히려 감소하며 수익 구조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됐다. 실제로 신한투자증권의 1분기 IB 수수료 수익은 426억원으로 전년 동기(560억원) 대비 24.0% 감소했다.

KB증권 역시 기업금융(IB) 부문의 수익성이 둔화되며 리테일 부문과의 격차가 한층 확대됐다. 1분기 IB 영업수익은 614억원으로 전년 동기(874억원) 대비 약 30% 감소했으며, 전 분기와 비교해서도 2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부진은 대형 IPO(기업공개) 감소와 신규 딜 소싱 위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금리 환경과 시장 변동성, 기업들의 상장 일정 지연 등이 겹치며 IB 시장 전반의 활동성이 둔화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IB 부문의 부진이 단기 실적에 그치지 않고, 향후 성장 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IB는 모험자본 공급과 기업 성장 지원이라는 증권사의 본질적 기능을 담당하는 핵심 영역인 만큼, 해당 부문의 위축은 장기적인 경쟁력 저하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더불어 현재와 같은 리테일 중심 수익 구조는 시장 상황에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점에서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향후 증시 거래대금이 감소할 경우, 브로커리지 수익 의존도가 높은 증권사들의 실적 변동성이 급격히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는 시장 환경에 기댄 측면이 크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발행어음과 IMA(종합투자계좌)를 활용한 모험자본 공급 확대 등 IB 본연의 경쟁력 회복이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올해 상반기 증권업계의 성적표는 ‘리테일 호황의 지속 여부’와 ‘IB 부문의 반등 가능성’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단기 실적 개선을 넘어 균형 잡힌 수익 구조를 구축할 수 있을지가 향후 업계 경쟁 구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