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는 FIU 제재 ‘반기’, 국회는 법안 뒷전…디지털자산 감독체계 이대로 괜찮나

두나무·빗썸·코인원 줄소송…FIU 제재 줄줄이 법원으로 법원 제동이 곧 FIU 패배는 아니지만…감독 권위는 이미 흔들렸다 인력 2배 늘린다지만…권한과 법 체계가 따라가지 못했다 국회는 디지털자산법 뒷전…거래소만 시간 번다 이재명 정부 첫 금융과제 될 수도…방치하면 ‘감독 공백’ 굳어진다

2026-05-04     한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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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자금세탁방지 제재에 잇따라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디지털자산 감독체계의 허점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FIU의 영업 일부정지 처분 취소소송 1심에서 승소한 데 이어, 빗썸도 영업 일부정지 6개월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받았다. 코인원 역시 FIU 제재 효력 정지를 받아내며 정상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겉으로는 거래소와 FIU 간 개별 소송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더 크다. 수조 원대 개인 투자금이 오가는 시장에서 감독당국의 제재가 법원 문턱에서 반복적으로 멈춰 서고 있다는 점이다. 거래소들은 “기준이 불명확한 과잉 제재”라고 반발하고, FIU는 “미신고 사업자 거래 차단과 고객확인의무 위반에 대한 정당한 조치”라고 맞서고 있다.

 

법원 제동이 곧 FIU 패배는 아니지만…감독 권위는 이미 흔들렸다

빗썸 집행정지 인용은 본안에서 FIU 처분이 위법하다고 확정한 판단은 아니다. 법원은 본안 판결 전까지 영업정지를 집행할 경우 빗썸과 이용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법조계에서도 이번 결정은 “제재 부당 판단”이 아니라 “임시 조치”에 가깝다고 본다.

문제는 시장이 받아들이는 신호다. 두나무, 빗썸, 코인원 등 원화 거래소 핵심 사업자들이 FIU 제재에 줄줄이 불복하고, 법원이 잇따라 제동을 걸면서 감독당국의 실효성은 이미 상처를 입었다. 제재를 내려도 대형 거래소가 소송으로 시간을 벌 수 있다면, FIU의 존재 의미가 무엇이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인력 2배 늘린다지만…권한과 법 체계가 따라가지 못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미 FIU 산하 자금세탁방지 제재심 인원을 기존 10명에서 2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가상자산사업자 검사와 제재 안건이 급증하면서 병목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단순히 제재심 인력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FIU가 아무리 제재 속도를 높여도, 법적 근거와 업권법 체계가 불명확하면 처분은 다시 법정에서 다퉈질 수밖에 없다. 자본시장법이나 은행법처럼 업권별 행위 규제와 제재 기준이 촘촘하게 마련된 금융권과 달리, 가상자산 시장은 여전히 특금법 중심의 자금세탁방지 규율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FIU 제재가 반복적으로 사법심사 대상이 되는 것은 제도 공백이 남아 있다는 방증”이라며 “가상자산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감독 인력 확충뿐 아니라 법률상 권한과 제재 기준을 명확히 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는 디지털자산법 뒷전…거래소만 시간 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9월 정기국회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커진 점도 문제다. 지방선거와 원 구성, 정무위 일정이 겹치면서 법안 심사는 사실상 후순위로 밀린 상태다. 그 사이 거래소들은 법적 불확실성을 활용해 제재 효력을 멈추고, 감독당국은 소송 대응에 발목이 잡히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거래소들이 제재마다 소송으로 대응하는 상황이라면, 국회가 더 빨리 법적 기준을 정리해야 한다”며 “FIU에 책임만 떠넘길 것이 아니라 정부와 국회가 감독체계의 빈틈을 메워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 첫 금융과제 될 수도…방치하면 ‘감독 공백’ 굳어진다

가상자산 시장은 이미 개인 투자자 중심의 투기 시장을 넘어 법인 투자, 스테이블코인, 장외거래, 브로커리지 논의로 확장되고 있다. 그런데 감독체계는 여전히 과도기적 상태에 머물러 있다. 거래소는 커졌고, 자금은 몰렸고, 법인은 진입을 앞두고 있지만, 제재 기준과 사업자 규율은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다면 디지털자산 감독체계 정비는 단순한 산업 육성 문제가 아니라 금융질서 문제로 다뤄야 한다. 대형 거래소가 FIU 제재를 사실상 “법원에서 보자”는 식으로 넘기고, 국회가 기본법을 미루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피해는 결국 투자자와 시장 신뢰로 돌아간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FIU가 약해서 문제가 아니라, FIU가 제대로 싸울 수 있는 법적 무기와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더 밀리면 감독당국도, 거래소도, 투자자도 모두 불확실성 속에 방치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