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투자 메모] 존 리 "핵심은 자기이해, 동업하고 싶은가 자문해야"

"FDA 승인 임박 공언, 사기와 같은 명제" 일갈 PER·PBR·현금보유·부채비율 펀더멘털 점검 강조

2026-05-04     박한솔 기자

[녹색경제신문=박한솔 기자] "매출 수억 원짜리 바이오회사가 곧 FDA 승인 받을 거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사기에 가깝다."

동학개미운동의 상징 존 리(John Lee)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한국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횡행하는 행태를 한 단어로 일갈했다.

근거는 산업의 자본·시간 구조다. 신약 1개를 만드는 데 평균 3조원, 10~20년이 들어간다. 존 리 전 대표는 지난 4월 30일 '존리의 부자학교' 본사에서 진행된 〈녹색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저에게 10억 투자하시면 100억 만들어 드릴게요'라는 약속과 같은 명제 구조"라고 말했다.

그런 시장이 한국 증시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2005년 기술특례상장 제도 도입 이후 적자 바이오 상장사가 누적됐다. 시가총액 9조 원대 한 제약사는 사업보고서 기준 박사급 연구진이 1명이다. 이 회사는 "10년간 15조원 매출 전망"을 발표했다.

한국거래소는 이 회사가 영업실적을 공시보다 보도자료로 먼저 알린 일을 문제 삼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했다. 주가수익비율(PER)은 1854배다. 동일업종 평균(58배)의 32배 수준이다.

존 리 전 대표는 한국 증시의 핵심 문제를 "투자 문화의 결핍"으로 짚었다. 그는 "'이거 안 사면 큰일 날 것 같다'는 분위기 때문에 선량한 사람들이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과의 대비도 짚었다. 그는 "미국에서는 리서치가 이렇게 두껍다"며 "근본적으로 그 회사에 대해서 많은 인포메이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회사가 내놓는 공시에 거의 의존한다. 시스템이 잘못돼 있다"고 지적했다.

신약 하나가 시장에 나오려면 전임상을 비롯해 임상 1·2·3상, 품목허가 등의 허들을 돌파해야 한다. 존 리 전 대표는 그 과정을 일상어로 풀었다. 그는 "동물한테 시험하고, 효과가 있으면 사람한테 두 번째 해보고, 안전하면 세 번째 한다"고 설명했다. 단계마다 데이터가 쌓여 FDA 승인이 결정된다. 그는 그 기간을 "10~20년"이라고 말했다.

미국 보스턴 터프츠대학교 부설 연구센터 Tufts CSDD 자료를 보면 글로벌 신약 1개의 평균 개발비는 약 26억 달러, 한화 약 3조원이다. 미국 바이오협회(BIO)와 신약개발 추적 데이터베이스 Biomedtracker의 공동 분석에서는 임상 1상에 진입한 신약이 FDA 승인까지 도달하는 확률이 평균 7.9%로 나타났다.

글로벌 빅파마가 미국과 유럽에 집중되는 이유다. 존 리 전 대표는 "조 단위 돈이 들어가도 실패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회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국 바이오 회사 대다수는 신약을 자력으로 끝까지 만들 자본도 시간도 없는 데다, 글로벌 빅파마의 검증도 부재하다. 그는 "정말 획기적이라면 외국 기업이 사겠다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짜 기술을 임상 단계에서 이미 인수하거나 기술수출로 가져간다는 의미다.

존 리 전 대표는 "솔루션이 보이면 미국 회사에 '당신네는 1조 들어갈 것을 우리 거 5천억에 사가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빅파마 입장에서는 자체 개발에 1조원과 5~10년이 드는 일을 절반 값에 사갈 수 있다는 점에서 솔깃한 거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한국 바이오를 석유 시추에 비유했다. 그는 "여러 개를 파야 한 개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10개 중 하나만 성공하면 나머지 실패를 다 메우는 게 바이오"라고 설명했다. 파이프라인 1~2개에 회사 운명을 건 구조는 이 모델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좋은 바이오 종목을 고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존 리 전 대표가 제시한 길은 두 단계다. 첫째, 글로벌 빅파마의 검증 이력과 박사급 연구진 규모를 확인한다. 둘 다 사업보고서와 계약 공시에 드러난다. 

둘째, 펀더멘털 점검이다. 지표는 네 가지.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현금 보유, 부채 비율이다. 그는 "PER, PBR이 어떻게 되는지, 현금이 얼마나 있는지, 부채가 많은지 보면 된다"고 말했다.

결국은 두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 회사를 충분히 이해하는가, 그리고 동업하고 싶은가. 그는 한 예를 들며 "시가총액이 10조인데 매출액이 100억이라면 동업하고 싶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 바이오 종목에서 손실을 보고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존 리 전 대표는 단호했다. 그는 "왜 사느냐. 잠을 못 자고 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잘못 샀구나, 모르는 것 같구나"라고 느낀다면 매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절 기준은 가격이 아니라 자기 이해다. 회사를 모르겠으면 즉시 매각, 알고 동업할 가치가 있으면 가격과 무관하게 보유다.

본지는 인터뷰 막바지에 그의 포트폴리오를 물었다. 제약·바이오 종목이 있는지였다. 그는 짧게 "없다"고 답했다.


존 리(John Lee) 프로필

▶커리어: 존리의 부자학교 대표(현), 유튜브 '존리 라이프스타일 주식' 운영(현), 전 메리츠자산운용 CEO(2014~2022), 전 라자드자산운용(Lazard Asset Management) 펀드매니저(2005~2013), 전 도이체자산운용(Deutsche Asset Management) 한국대표(2002~2005), 전 스커더 스티븐스 앤 클라크(Scudder, Stevens and Clark) 펀드매니저(1991~2002), 전 미국 회계법인 피트마윅 공인회계사 ▶학력: 미국 뉴욕대 회계학 학사 ▶자격: 미국 공인회계사(CPA) ▶주요 성과: 코리아펀드(The Korea Fund) 14년 연평균 수익률 24% 기록(1991~2005), 2008년 지식경제부 공로상, 2009년 금융위원회 공로상 수상 ▶저서: 《존리, 새로운 10년의 시작》, 《엄마, 주식 사주세요》, 《존리의 왜 주식인가》,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 《존리의 금융문맹 탈출》, 《존리의 금융 모험생 클럽》, 《존리와 함께 떠나는 부자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