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일부 고객사 LTA 계약 완료"…메모리 3사 '롱텀 바인딩' 일제 가속

삼성전자 1분기 컨콜 "상당한 수준의 구속력" 공식화 마이크론 첫 5년 SCA, SK하이닉스도 다년 LTA 추진

2026-04-30     정창현 기자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3사가 AI 인프라 투자 확대 국면에서 다년 단위 장기공급계약(LTA·Long-Term Agreement)으로 거래 구조를 일제히 재편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30일 2026년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이미 일부 고객사와 계약을 완료했다"고 공식화하면서, SK하이닉스·마이크론에 이어 3사 공통의 흐름이 분명해졌다.

삼성전자는 이날 컨콜에서 다년 공급 계약과 관련해 NDA(비밀유지계약) 준수를 이유로 구체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으나, 핵심 골자를 공개했다. 회사 측은 "AI 메모리의 미래 수요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고객사들이 중장기 구간의 물량 확보를 요청해 왔다"며 "고객사 요청에 기반해 공급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다년 공급 계약을 추진 중이며, 이미 일부 고객사와 계약을 완료한 상태"라고 밝혔다.

회사는 이번 다년 계약이 "상당한 수준의 구속력"을 갖는 형태이며, "투자 및 캐파(생산능력) 운영 리스크가 높은 환경에서 다년 계약을 통해 사업 안정성과 가시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도 앞서 4월 23일 1분기 실적 컨콜에서 동일한 방향성을 한층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컨콜에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며 고객들로부터 중장기 물량 확보 요청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년 LTA가 고객에게는 공급 안정성을, SK하이닉스에는 수요 가시성과 안정적 수익 구조를 제공해 양측의 사업 안정성을 동시에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과거의 LTA가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인 느슨한 계약이었다면, 최근 논의되는 LTA는 고객과 공급사 상호 간 강한 커미트먼트가 반영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회사는 향후 3년간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자사 공급능력을 상회할 것으로 봤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DDR5 메모리 다년 공급 계약을 최종 조율 중이며, 구글과는 범용 D램 5년 단위 LTA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업계 3위 마이크론은 한발 앞서 다년 계약 체계를 공식 도입했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12월 2026회계연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HBM4를 포함한 2026년 HBM 공급분 전체에 대해 가격·물량 합의를 완료했다고 밝혔으며, 2026회계연도 CAPEX(설비투자)도 18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이어 2026년 3월 2026회계연도 2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LTA를 한 단계 발전시킨 'SCA(Supply Capacity Agreement)' 개념을 도입했다. 마이크론은 IR 자료에서 SCA가 이전 LTA와 달리 다년 시계에 걸친 구체적 커미트먼트를 담고 있어 사업 모델의 가시성과 안정성을 개선한다고 밝혔으며, 첫 5년 SCA 체결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3사가 다년 LTA 체계로 이동하는 배경에는 AI 인프라 수요 확대와 메모리 공급 부족의 구조화가 자리한다. 고객사들이 가격 흥정보다 물량 확보를 우선시하는 구조로 거래 양상이 바뀌면서, 메모리 공급사 입장에서도 다년 LTA가 CAPEX 의사결정의 가시성을 확보하는 핵심 수단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이를 "투자 부담 완화의 중요한 과제"로 표현했고, 삼성전자도 "캐파 운영 리스크 관리"를 다년 계약 추진의 명분으로 제시했다.

다만 다년 LTA가 모든 고객사 요청을 수용하기에는 캐파 제약이 명확하다. SK하이닉스는 컨콜에서 현재의 공급 제약으로 모든 고객 요청을 수용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일부 LTA 협의에서는 계약 기간 중 D램 가격 하락에 대비한 최저가격 보장 조항, 전체 계약액의 10~30% 선급금 지급 등 세부 조건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조건의 구체 설계 방식이 향후 메모리 시장 점유율 구도를 좌우할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