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ESG 공시 로드맵 또 미뤄지나…법정공시 전환은 언제
- 국회 개정안 6건 계류·의견서 폭증 속 로드맵 확정 지연 - 박상혁·민병덕 의원안, 법정공시 전환 시 경영진 배상 책임 직접 연동 - 국예처 의무 대상 절반이 금융사…시민사회 법정공시 즉시 전환 촉구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국회 입법 압박과 의견서 폭증 속에 금융위원회의 지속가능성 공시 로드맵 최종안 확정이 또다시 미뤄졌다. 계류 중인 자본시장법 개정안 6건과 기관투자자 요구가 강화 방향으로 수렴하는 가운데, 최종안의 규제 수위는 초안보다 한층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의 ESG 공시 의무화 로드맵 최종안 발표가 5월로 또다시 미뤄졌다. 금융위는 당초 지난해 1분기 발표를 예고했다가 올해 2월 ESG 금융추진단 회의에서 4월로 조정한 데 이어 이번에 재차 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기관과 투자업계·학계 등에서 의견서가 대거 제출되면서 조율이 지연된 것으로 알려진 데다, 22대 국회에 ESG 공시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 6건이 소관위에 계류 중이어서 입법권 침해 논란을 우려한 기류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23일 ESG 금융추진단 제5차 회의에서 상호관세 등 경제 불확실성과 주요국의 공시 수준 조정 움직임을 고려해 지속가능성 공시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가 지난 2월 공개한 초안은 2028년부터 연결자산총액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 약 58개사를 1차 의무화 대상으로 설정했으나, 이 중 절반가량(약 54%)이 금융·보험사여서 탄소 다배출 제조업종을 사실상 배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종안에서는 공시 대상 기준을 자산 30조원 이하로 낮추고 거래소 공시에서 금융감독원 공시로 전환하는 시점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방안이 금융권에서 거론된다.
법적 책임 구조도 강화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현행 거래소 공시 방식은 불성실공시 지정·벌점 부과·상장폐지 심사 수준의 제재에 그친다. 반면 박상혁 의원이 3월 30일 대표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지속가능성 정보를 사업보고서 기재사항으로 즉시 편입해 자본시장법 제162조(손해배상)·제444조(형사처벌) 체계에 직접 연동하는 구조다. 이 경우 기업 측은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다'는 면책 사유를 스스로 입증해야 하며, 손해액도 법정 추정 방식이 적용되는 만큼 배상 부담이 대폭 커진다. 민병덕 의원도 제도 시행 초기 3년간 고의 허위공시를 제외하고 민·형사·행정 책임을 면제하는 세이프하버 조항을 담은 별도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세이프하버가 단순 면책조항으로 오인될 경우 그린워싱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업계에서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의무 대상 59개사 중 금융·보험사 32개사(54%)가 과반을 차지해 탄소 다배출 제조업종이 공시 사각지대에 놓인다고 지적했다. 환경·시민사회단체들도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법정공시 즉시 전환을 촉구했다. 이들은 ESG 공시 이행 상장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41로 미공시 기업(1.09)을 상회하고 외국인 지분율도 2.5배 높다는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을 근거로 제시했다.
금융위는 2026년 상반기 중 로드맵 최종안을 확정한 뒤 하반기 자본시장법 및 시행령 개정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정공시 전환 시점이 불명확한 상태에서는 기업도 투자자도 공시 수준을 어디에 맞춰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최종안에서 전환 일정을 구체화하는 것이 제도 실효성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