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젠바이오, ‘13억’에 감춘 ‘90억’ 거래…차입금 승계로 공시 의무 회피했나②

누리팜 인수 13억·부담은 90억…투자자 판단 왜곡 우려 외부평가 피해간 인수…차입금 포함 시 공시 대상 논란 자본잠식 기업 인수, 외형 키운 뒤 손상…셀리드 전례 소환

2026-04-29     박준형 기자

[녹색경제신문 = 박준형 기자] 엔젠바이오가 누리팜(현 엔젠파마)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차입금 승계 방식을 활용해 공시 의무를 회피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형식상 지분 인수 금액을 13억원 규모로 낮춰 공시 기준을 피했지만, 실제로는 70억원이 넘는 차입금을 함께 떠안으며 실질 거래 규모가 자산총계 대비 10%를 상회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거래 구조 자체가 외부평가 공시 절차를 건너뛰기 위해 정교하게 설계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엔젠바이오는 지난해 9월1일 누리팜을 13억5000만원에 인수했다. 엔젠바이오는 누리팜 인수 직후 합병에 나섰으며, 지난달 31일 누리팜 흡수합병을 완료했다.

지분 13억 vs 실질 90억…‘10% 공시 기준’ 쟁점

엔젠바이오의 누리팜 인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요사항보고서’ 제출 없이 이뤄졌다. 지난해 9월 보도자료 등을 통해 누리팜 지분 100%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 전부다. 실제 인수 가격이나 누리팜의 재무 및 매출 구조 등이 확인된 것은 이후 제출된 사업보고서를 통해서다.

현행 규정상 상장사는 최근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의 10% 이상에 해당하는 자산 양수도를 결정할 경우 다음날까지 주요사항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엔젠바이오의 경우 누리팜 인수가격은 13억5000만원으로 직전연도(2024년) 말 기준 자산총액 약 329억원 대비 4.10% 수준이다.

인수가격만 놓고 봤을 때는 공시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해당 거래가 실질적으로는 공시 대상에 해당하는 자산 취득 거래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주요사항보고 대상에 해당할 경우 외부평가기관의 양수도가액 적정성 검토가 수반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구조가 이러한 공시 및 외부검증 절차를 회피하기 위해 설계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엔젠바이오는 적정한 자산 인수라는 입장이다. 엔젠바이오 관계자는 "PPA(기업인수가격배분) 평가에 따라 사업계획 바탕 DCF(현금흐름할인법) 방식의 외부평가기관 평가가 있었고, 평가금액은 12억7500만원"이라며 "공시 회피 목적이었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 관련 공시 의무 요건은 충분히 검토했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리됐다"고 해명했다.

다만 차입금 부담을 포함한 실질 거래 규모가 공시 기준을 상회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공시 기준 적용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차입금 77억 승계…공시 기준 회피용 설계 지적

핵심 쟁점은 차입금 승계 방식이다. 엔젠바이오와 누리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누리팜은 지난해 약 77억원의 대부업(동그라미파이낸스) 대출을 보유하고 있었다. 해당 대출은 이후 엔젠바이오가 함께 떠안았다. 누리팜이 보유한 약 77억원 규모 차입금을 감안하면 실질 거래 규모는 약 90억원 수준으로 확대된다.

최종딜 가격을 90억원으로 산정할 경우 엔젠바이오 자산총계의 27.31%에 해당한다. 공시 기준 충족 여부 논란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특히 엔젠바이오는 누리팜을 흡수합병하면서 채무를 사실상 승계했다.

실제 주요사항보고서(자산양수도) 공시가 이뤄질 경우 양수자가 승계하는 채무는 자산 양수도가격에 포함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컨대 피플바이오의 경우 약 983억원 규모 빌딩 인수 과정에서 일부를 전환사채(CB) 등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600억원대 금액을 채무 승계 형태로 처리한 바 있다.

한 회계업계 전문가는 “외부평가는 ‘기업가치(Enterprise Value)’ 기준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계약 구조에 따라 다르겠지만, 총 인수금액은 양수도 대상의 자기자본 가치와 채무를 합산해서 보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총 인수가치가 90억원이더라도 계약상 취득가액은 13억원이라면 공시 기준에서 미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즉, 계약상 채무승계 반영 여부에 따라 공시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이를 회피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감독원도 관련 내용을 자세히 파악해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주요사항공시는 장부가액이나 거래가액을 기준으로 이뤄진다"면서도 "엔젠바이오 유상증자 과정에서 증권신고서 제출이 완료되면 채무 부담에 따른 실질 인수가액 및 공시 기준 적용의 적정성 여부 등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가 거래 규모를 축소 인식하게 만들고, 채무 승계 등 핵심 투자 판단 정보를 충분히 드러내지 않아 투자자 판단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요사항보고서 제출 대상이 될 경우 외부평가 과정에서 차입금 부담 등 실질 거래구조가 함께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누리팜은 외형상 연매출 400억원대를 기록하는 기업이지만, 실질 기업가치는 크게 훼손된 상태다. 2024년 말 이미 자본잠식 상태였으며, 지난해 기준 자기자본은 마이너스(-) 6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본지보도: 엔젠바이오, '400억 매출 기업 3억 인수'의 민낯…부실 떠안고 주주에 책임전가①]

이와 관련 엔젠바이오 관계자는 "누리팜 인수는 M&A 방식으로 주식을 인수한 것이기에 법인의 모든 자산과 부채는 법인과 함께 그대로 유지된다"면서 "차입금은 피인수법인의 기존 채무로 주식양수도 방식 인수에서 자연스럽게 승계되는 구조"라고 해명했다. 

다만 회사측의 해명에도 논란의 여지는 남아있다. 엔젠바이오가 누리팜을 흡수합병하면서 피인수법인의 기존 채무 부담이 온전히 엔젠바이오로 넘어온 상황이다. 

셀리드 전례…외형 확대 뒤 ‘영업권 전액 손상’

이번 거래는 단순 공시 문제를 넘어, 관리종목 지정 회피를 위해 베이커리업체를 인수했던 셀리드 사례와도 연결된다는 해석이 나온다. 외형 확대를 위한 부실 사업 인수가 장기적 재무 부담으로 이어진 사례다.

앞서 셀리드의 경우 매출액 30억원 미달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유예가 종료되자, 자본잠식 상태였던 빵 공장 ‘포베이커’를 인수했다. 포베이커 인수 및 합병을 통해 매출규모를 키운 셀리드는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손실이 누적되며 회사의 재무에 악영향을 줬다. 최근 감사보고서에서 셀리드는 포베이커 흡수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영업권을 전액 손상 처리한 것으로 확인된다.

누리팜의 경우 의약품 및 건기식 유통업체로 완전 이종 산업은 아니지만, 관리종목 지정 유예 종료 시점 자본잠식 상태의 부실기업을 인수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엔젠바이오는 2020년 기술성장특례 요건으로 상장해 매출액 미달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이 유예됐다. 지난해 유예기간이 종료됐으며, 올해부터는 매출액 30억원 미달 시 관리종목에 지정될 수 있다. 엔젠바이오의 작년과 재작년 별도 기준 매출액은 각각 38억원, 33억원으로 확인된다.

이와 관련 엔젠바이오 관계자는 "인수 시점에 누리팜의 재무 상태에 대한 내부 검토를 진행했고, 유통 네트워크의 전략적 가치와 회수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면서 "관련 자산에 대한 손상 검토는 회계기준에 따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고 구체적인 사항은 재부제표를 통해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엔젠파마(누리팜)은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발생하고 있고 현재 부실 없이 영업이익(3~4%)를 내고 있어 현 시점 중요한 손상징후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면서 "당사가 단기간에 자체 구축하기 어려운 병원·약국 유통 네트워크의 전략적 가치를 기준으로 거래 가격을 판단했다"고 말했다. 

[사진=금융감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