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값 오르는데 가격 올리면 담합?... 꽉 묶인 페인트값에 업계 ‘생존 압박’ 한목소리

공정위 조사에 KCC 가격 동결...노루·삼화·강남제비스코도 인상폭 축소 현장선 “3월 주문분도 아직 못 받아”...페인트·신나 품귀에 공급난 심화

2026-04-28     한승진 기자

[녹색경제신문 = 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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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조사 여파로 국내 페인트업계의 가격 인상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업계 1위 KCC가 공정위의 조사 여파로 가격 동결 기조를 유지하면서 경쟁사들도 당초 계획했던 인상폭을 줄이거나 시기를 조정하는 분위기다. 이에 현장에서는 제품 공급 지연과 원재료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원가는 오르는데 가격은 못 올리는 업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정위가 주요 페인트 업체들의 가격 정책 전반을 들여다보면서 업계 전반에 관망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당초 가격 인상을 검토했던 KCC가 동결 기조로 돌아서면서 시장 내 가격 기준점이 사실상 고정됐기 때문이다.

페인트업계 특성상 제품 간 성능과 규격 차이가 크지 않아 최종 경쟁력은 사실상 가격에서 갈린다. 업계 1위인 KCC가 가격을 유지하면 후발 업체들도 독자적으로 큰 폭 인상에 나서기 쉽지 않은 구조다.

실제 노루페인트와 삼화페인트공업, 강남제비스코 등 주요 업체들도 당초 계획했던 가격 인상폭을 조정하거나 시장 반응을 살피며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노루페인트의 경우 일부 제품 가격은 최근 30~40% 오른 것으로 파악됐지만, 업계 전반으로는 공격적인 인상보다 점진적 조정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가격 인상 억제와 별개로 현장 공급난은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지역 일부 KCC 판매점에서는 3월 말 주문한 제품이 한 달 가까이 지나도록 입고되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 지역 한 KCC 판매점 관계자는 “3월 말 주문한 물량이 아직도 안 들어왔다”며 “예전 같으면 며칠이면 들어올 제품인데 지금은 입고 일정도 확답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페인트 희석제로 쓰이는 ‘신나’ 수급난이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나는 페인트 작업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기초 자재인데, 일부 품목은 생산 자체가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시장 내 여유 물량도 거의 없는 상태라고 설명한다.

판매점 관계자는 “신나는 재고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고 일부 품목은 생산도 쉽지 않다”며 “가격보다 물량 확보가 더 시급한 시장이 됐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가격 조정까지 담합 가능성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시장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페인트 핵심 원재료 상당수가 석유화학 기반인 만큼 국제 유가와 나프타 가격 상승은 제조원가 부담으로 직결되는데,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면 결국 수익성 악화와 공급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가가 오르면 가격 조정은 제조업 전반에서 자연스러운 대응”이라며 “원가 부담은 커지고 공급까지 불안한데 가격 경쟁만 강요되면 결국 업계 전체가 버티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