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00만원이 바꾼 전쟁의 판도… ‘가성비’와 ‘시스템’이 지배하는 미래 전장
‘비대칭의 역설’… 고가 무기를 압도하는 저가 드론 전장의 자동화, ‘결심’의 시간을 단축하다
[녹색경제신문 = 최성 기자]
현대전의 전술적 근간이 ‘가성비’와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파도 앞에 직면해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은 전통적 군사 강국들의 ‘고비용·고효율’ 무기 체계가 저렴한 ‘비대칭 전력’에 의해 무력화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수십 년간 전장의 주인공이었던 전차와 포병 중심의 화력전은 이제 수만 달러에 불과한 소형 드론에 의해 그 효용성을 위협받고 있다. 특히 대당 약 3만 달러(약 4,400만 원) 수준의 자폭 드론은 전장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문제는 이를 방어하는 비용이다. 드론을 요격하기 위한 미사일은 1기당 수백만 달러에 달한다. 아무리 고성능 무기체계라 해도 이를 지속 운용하는 것은 방어 측에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운다. 이른바 ‘비대칭의 역설’이다. 이로 인해 군사력의 척도는 단순한 성능 중심에서, 대량 생산과 신속 보급이 가능한 ‘공급망 경쟁’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동시에 미래 전장의 승패는 개별 무기의 파괴력보다 AI, 센서, 무인체계를 결합한 ‘초연결 네트워크’에 달려 있다. 미 국방부의 ‘전영역 통합 지휘통제(JADC2)’와 이스라엘의 ‘AI 기반 타격 체계’가 대표적이다.
이들 시스템은 AI가 표적을 식별하고 최적의 타격 수단을 실시간으로 도출함으로써, 인간의 의사결정 시간을 초 단위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장에서 인간의 개입은 점차 최소화되고, 시스템이 스스로 최적의 답을 내놓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방산업계에도 중대한 과제를 던지고 있다. K9 자주포와 K2 전차 등 기존 하드웨어의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AI와 무인체계를 결합한 ‘소버린(자주) AI’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인구 감소로 인한 병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플랫폼의 무인화와 자율 기동 능력 확보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결국 한국이 방산 강국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드론, AI, 사이버전을 하나로 묶는 ‘시스템 통합 능력’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기술적 지향점과 달리 군 현장과 산업계의 현실은 여전히 높은 문턱에 가로막혀 있다.
전직 육군 항공헬기 조종사이자 드론 전문가는 “현역과 예비역을 대상으로 드론 교육을 진행해 보면 군의 경직된 제도적 한계와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장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방산업체 관계자 또한 “자폭 드론 생산 능력을 갖추고도 국가 차원의 인증 절차와 과도한 행정 비용, 시간 부담 때문에 신속한 공급이 어렵다”며, “무기 체계의 변화 속도에 맞춰 조달 및 인증 체계가 조속히 혁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