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17억 달러 EB 조기 정리…'1330억원' 만기 전 취득

주가 10배 이상 상승에 EB 약 94% 보통주 교환 완료 잔여 물량 회사가 직접 매수해 4년 일찍 정리

2026-04-28     정창현 기자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SK하이닉스가 2023년 4월 발행한 외화 교환사채(EB)에 대한 만기 전 취득을 결정했다. 잔여 물량이 발행총액의 10% 미만으로 줄어든 데 따라 '클린업 콜(Clean Up Call)' 조항을 발동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28일 공시를 통해 발행회사의 조기 상환 청구권(Call Option) 행사에 따라 외화 EB 권면금액 1326억8304만원 어치를 취득한다고 밝혔다. 취득 가액은 1329억8618만원, 결제 예정일은 2026년 5월 28일이며, 취득 자금은 자기자금으로 충당한다.

이번 콜옵션은 미상환 사채 잔액이 발행 총액의 10% 미만으로 떨어진 경우에 한해 회사가 잔여 물량을 일괄 정리할 수 있도록 한 '클린업 콜' 조항이다. 본 EB에는 2028년 4월 이후 가격 조건을 충족할 때 행사 가능한 일반 콜옵션도 별도로 부여돼 있으나, 이번 행사는 이와는 다른 잔액 기준 조항이다.

사채 권면 총액 2조2377억1000만원 중 이번 취득 대상인 1326억8304만원은 발행총액의 약 5.9%에 해당한다. 발행 후 약 3년간 EB의 약 94% 가량이 이미 보통주로 교환됐다는 의미다.

본 EB의 만기일은 2030년 4월 11일로 4년 가량 남아 있지만, 회사는 교환청구 가능기간 종료일(2026년 5월 18일) 시점의 잔여 사채를 일괄 매수하는 방식으로 4년 앞서 정리에 나선다.

공시에 따르면 회사는 5월 18일까지 발생할 추가 교환청구를 거친 후 남은 사채 원금과 경과이자를 가산한 금액을 5월 28일 지급한다. 이에 따라 실제 최종 취득 규모는 5월 18일까지의 교환 행사 추이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공시 기준 교환가액은 주당 10만8811원, 교환 대상은 자기주식 121만9445주(발행주식총수 대비 0.2%)다.

이 EB는 반도체 업황 다운사이클이었던 지난 2023년 4월, 17억 달러 규모로 발행됐다. 당시 SK하이닉스는 분기마다 조 단위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신주 희석 없이 자금을 조달할 방안으로 EB 카드를 꺼냈다. 표면이율은 연 1.75%, 발행 당시 교환가액은 주당 11만1180원으로 발행 시점 주가 대비 27.5%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이후 배당 조정을 거쳐 현 교환가액 10만8811원으로 변경됐다.

발행 이후 SK하이닉스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투자자들의 교환권 행사가 활발하게 이어졌다. SK하이닉스 제78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1120만주가 교환됐으며, 발행 이후 누적으로는 1162만주가 시장에 풀렸다. 잔여 교환 가능 주식 수는 2025년 12월 31일 893만2547주에서 2026년 2월 6일 753만4126주로 줄었다. 2026년 4월 28일 현재 SK하이닉스 주가는 130만원 안팎으로, 교환가액 10만8811원의 약 12배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취득한 사채를 소각할 예정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위탁중인 교환 대상 자기주식 121만9445주는 사채 소각 절차 종료 후 회사로 환입된다.

이번 조기상환으로 SK하이닉스 장부에서는 사채 원금 기준 1326억8304만원이 부채 항목에서 소멸된다. 다만 EB와 관련해 회계상 더 큰 영향을 미쳐온 항목은 내재파생부채다. 제78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12월 31일 기준 본 EB의 교환권·콜옵션·풋옵션을 내재파생상품으로 평가한 부채 잔액은 4조9117억원에 달했다. 전기 1조7390억원 대비 1년 사이 3배 가까이 불어난 규모다.

이 4조9117억원 가운데 상당 부분은 2026년 1분기에 이뤄진 대규모 교환권 행사 과정에서 자기주식처분이익으로 상계되며 단계적으로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클린업 콜' 행사로 잔여 EB가 모두 사라지면 본 EB와 연계된 내재파생부채도 종결된다. 다만 현재 시점 잔여 파생부채의 정확한 평가액은 별도로 공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