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엘 줌업] 관리종목지정 회피 '120억 수혈'…로봇 투자로 반전 노리나③
2023년 법차손 비율 120%, 현 재무도 불안…유증으로 재무 방어 제조기업 ‘전략 투자’ 참요…로봇 실증 및 매출 입증이 올해 분수령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코스닥 상장사 아이엘이 관리종목 지정 위기를 턱걸이로 피한 직후 12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나섰다. 유동성 조달과 로봇 사업 확대를 동시에 겨냥한 ‘선제적 자본 확충’으로 풀이된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이엘은 120억원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신주 수량은 보통주 약 237만주로 기존 주식수의 6.8%에 해당한다. 발행가는 기준주가 대비 10% 할인된 5064원이다. 투자자는 총 11곳으로 각각 수억원에서 20억원 내외를 투자할 예정이며, 이번에 발행된 신주는 전량 1년간 보호예수된다.
이번 유증은 지난달 발생한 ‘재무 위기' 대응 시나리오의 연장선에 있다는 평가다. 아이엘은 지난 3월 내부결산 기준으로 최근 3개 사업연도 중 2개 연도에서 자기자본 대비 50%를 초과하는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이 발생했다고 공시하며 관리종목 지정 우려에 휩싸였다.
아이엘은 지난 2023년 법차손 약 186억 원, 자기자본 약 144억 원으로 비율이 128.9%에 달해 첫 번째 사유가 발생한 바 있다. 지난해까지 비율이 50%를 넘어가면 관리종목에 지정되는 상황이었다.
당시 회사의 선택은 증자를 통한 ‘분모 키우기’였다. 아이엘은 감사보고서 제출 직전인 3월 12일, 6회차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CB) 약 22억원어치를 주식으로 전환했다. 당시 주가 대비 40% 이상 낮은 2831원에 CB를 전환하면서 부채를 자본으로 만들어 재무지표를 개선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는 법차손 비율이 49.06%로 집계되며 규정 기준(50%)을 0.94%포인트 차이로 간신히 비켜갔다.
아이엘의 재무 상황은 여전히 불안하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028억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3억원 흑자에서 85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당기순이익 역시 8억원에서 108억원 순손실로 급격히 악화됐다.
재무구조 역시 부담이다. 총자산 1546억원 가운데 부채가 1315억원, 자본은 231억원에 그치며 부채비율이 높은 상태다. 여기에 감사보고서에서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성’이 기재되며 향후 재무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남아 있다.
특히 관리종목 지정 리스크는 여전히 잠재 변수로 남아 있다. 이미 2023년 법차손 비율이 100%를 웃돌았던 이력이 있고, 지난해에도 기준선에 근접했던 상황이다. 올해 다시 자기자본 대비 50%를 초과하는 손실이 발생할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등 추가적인 규제 압박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유상증자는 ‘분모 확대’ 전략을 보다 확실히 하기 위한 조치로 읽힌다. 자본을 대거 확충해 놓으면 연말 기준 자기자본이 커지기 때문에, 동일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법차손 비율을 50% 미만으로 방어하기가 한층 수월해진다. 결과적으로 이번 증자는 단순 자금 조달을 넘어 관리종목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재무 전략의 성격이 짙다.
투자자 구성 역시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번 증자는 일반 주주 대상이 아닌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솔트룩스, 지아이에스, 텔스타 등 로봇·AI·장비 분야 기업들이 참여했다. 이는 단순 재무 투자 성격을 넘어, 향후 사업 협력까지 염두에 둔 전략적 투자로 해석된다.
이들 기업은 제조 현장 데이터를 보유하거나 자동화 설비를 운영하는 업체들로, 아이엘이 개발 중인 로봇을 실제 공장 환경에 적용하고 공동으로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는 파트너로 평가된다.
이번 투자자 중 한 곳인 텔스타의 경우 이미 아이엘의 휴머노이드 ‘아이엘봇’을 현장에 투입시켰으며, 아이엘 측에서도 이를 실증 사례로 적극 홍보한 바 있다.
아이엘 측은 "이번 투자를 통해 기술·데이터 기반 성장 스토리를 본격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