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원은 무죄인데 앱은 ‘영구정지’”…카카오T ‘지지기’ 논란, 형사·플랫폼 충돌
항소심도 무죄…“서버 개입·장애 입증 안돼” “형사는 무죄, 플랫폼은 퇴출”…이중 잣대 논란 공정성 vs 생존…현장도 갈린 시각 핵심은 ‘입증’…플랫폼 주장 법원서 인정 못 받아 정책은 별개 영역…플랫폼 권한 어디까지 “법보다 강한 플랫폼”…규제 공백 현실화 카카오 “비정상 앱 근절”…입장 요청엔 답변 없어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항소심도 무죄…“서버 개입·장애 입증 안돼”
카카오택시 플랫폼을 둘러싼 ‘지지기(보조 프로그램)’ 논란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로 결론나며, 형사 판단과 플랫폼 정책 간 괴리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부산지방법원 항소심은 최근 카카오T 기사앱 보조 프로그램과 관련한 사건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해당 프로그램이 정보통신망법상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지 않으며,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및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특히 이 프로그램이 카카오T 서버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기사 단말기에서 호출 수락을 빠르게 수행하는 기능에 그친다고 봤다. 서버 장애나 시스템 교란을 입증할 객관적 자료 역시 제출되지 않았다는 점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결국 형사처벌의 핵심 요건인 ‘정보처리 장애’와 ‘업무방해 결과’가 인정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형사는 무죄, 플랫폼은 퇴출”…이중 잣대 논란
문제는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카카오모빌리티(대표 류긍선)가 해당 프로그램 사용자에 대해 여전히 ‘영구 정지’ 등 강력한 제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그간 ‘지지기’를 비정상 앱으로 규정하고, 삼진아웃제를 통해 계정을 영구 제한하는 정책을 운영해왔다. 실제로 세 차례 적발 시 재가입까지 차단되는 구조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는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형사적으로 문제없는 행위를 플랫폼이 자체 기준으로 퇴출시키는 것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플랫폼 의존도가 높은 기사들에게 계정 정지는 사실상 ‘생계 차단’과 동일한 효과를 갖는다는 점에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공정성 vs 생존…현장도 갈린 시각
현장의 반응은 단순히 한 방향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일부 기사들은 호출 경쟁이 극단적으로 치열한 구조에서, 빠르게 콜을 잡는 기능은 생존을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운행 중 휴대전화 조작을 줄여 안전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다른 기사들은 이러한 프로그램이 호출 수락 경쟁을 왜곡해 일부 기사에게만 유리한 구조를 만든다며 반발하고 있다. 플랫폼이 강조하는 ‘공정한 호출 환경’과 기사들의 ‘수익 경쟁’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핵심은 ‘입증’…플랫폼 주장 법원서 인정 못 받아
이번 판결의 핵심은 ‘증거 부족’이다.
법원은 서버 장애 여부, 호출 왜곡, 시스템 영향 등을 판단할 수 있는 로그·지표 등 객관적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단순한 가능성이나 추정이 아니라, 실제 피해와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형사책임이 성립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는 플랫폼이 주장해온 ‘시스템 교란’ 논리가 법적 판단 기준에서는 충분히 입증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정책은 별개 영역…플랫폼 권한 어디까지
다만 이번 판결이 해당 프로그램 사용을 ‘합법’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
형사책임 여부와 플랫폼의 운영정책은 별개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약관에 따라 이용 제한 조치를 유지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형사적으로는 무죄인데, 플랫폼 내부 기준에 따라 영구 퇴출이 가능한 구조가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논쟁이다. 플랫폼이 사실상 시장 규칙을 설계하는 상황에서 그 기준과 근거가 외부에서 검증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된다.
“법보다 강한 플랫폼”…규제 공백 현실화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플랫폼 시대의 구조적 문제로 보고 있다.
플랫폼은 법적 사용자와 계약 관계를 기반으로 운영되지만, 실제로는 시장 접근 자체를 좌우하는 ‘준공공 인프라’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재 기준과 절차의 투명성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형사법원에서도 입증되지 않은 사안을 플랫폼이 자체 판단으로 제재하는 구조는 논란의 소지가 크다”며 “최소한 데이터 기반의 기준 공개와 절차적 정당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카오 “비정상 앱 근절”…입장 요청엔 답변 없어
카카오모빌리티는 그간 ‘지지기’ 사용이 비정상적인 호출 트래픽을 유발하고, 공정한 배차 질서를 훼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실제로 불법 프로그램 사용자에 대해 삼진아웃제를 적용하는 등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본지는 이번 항소심 무죄 판결과 관련해 플랫폼 제재 기준의 정당성, 객관적 데이터 존재 여부, 향후 정책 변화 가능성 등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 측에 질의를 보냈으나, 현재까지 공식적인 회신은 받지 못한 상태다.
회사 측 입장이 도착할 경우, 추가 보도를 통해 반영할 예정이다.
플랫폼과 법, 그 사이에 선 기사들
이번 판결은 단순한 무죄 사건을 넘어, 플랫폼 권한과 법적 책임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형사법은 ‘증거’를 요구했지만, 플랫폼은 ‘정책’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기사들은 여전히 계정 정지 위험과 생계 불안을 동시에 떠안고 있다.
플랫폼 경제가 확대되는 가운데, 이 같은 충돌은 일회성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