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면책 약관’ 손본 공정위…쿠팡 등 오픈마켓 책임 기준 재정비

개인정보 유출에도 “책임 없다” 조항…불공정 판단 잇따라 쿠팡·네이버·G마켓 등 7개사 약관 시정…책임 균형 맞춘다 결제 변경·정산 지연 등 소비자 불리 조항도 함께 개선

2026-04-27     서영광 기자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요 오픈마켓 사업자들의 이용약관을 점검해 개인정보 보호 책임을 회피하거나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조항들을 대거 시정했다. 특히 쿠팡의 ‘면책 약관’ 논란을 계기로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 범위를 보다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제도 정비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공정거래위원회

2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쿠팡을 비롯해 네이버, 컬리, SSG닷컴, G마켓, 11번가, 놀유니버스 등 7개 오픈마켓 사업자의 이용약관을 심사한 결과 총 11개 유형의 불공정 조항이 확인됐다. 해당 사업자들은 공정위 권고를 수용해 관련 약관을 수정하거나 삭제하기로 했다.

가장 핵심이 된 쟁점은 ‘개인정보 보호 책임’이었다. 일부 사업자는 해킹이나 제3자의 불법 행위로 인한 피해에 대해 회사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내용을 약관에 포함시켜 왔다. 특히 쿠팡의 경우 서버에 대한 외부 침입이나 악성 프로그램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조항이 논란이 됐다.

공정위는 이러한 조항이 사업자의 귀책 여부와 관계없이 책임을 면제하고 이용자에게 손해를 전가하는 구조라고 판단했다. 현행 법 체계에서는 개인정보 처리자가 고의나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데, 해당 약관은 이를 사실상 무력화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쿠팡은 관련 면책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으며, 다른 사업자들도 유사 조항을 정비했다.

플랫폼의 ‘중개자 책임’과 관련된 조항도 손질됐다. 일부 기업은 단순 중개 역할을 이유로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책임을 일괄적으로 면제해 왔지만, 공정위는 사업자에게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책임을 부담하도록 약관을 수정하도록 했다. 이어 이용자의 의무 위반이 있는 경우에도 사업자의 책임 여부를 따지지 않고 이용자에게 전가하던 구조 역시, 귀책 비율에 따라 책임을 나누는 방향으로 개선됐다.

이와 함께 소비자 권익과 직결된 조항들도 다수 시정됐다. 이용자 동의 없이 결제 수단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한 조항, 신용카드 결제 대금을 장기간 정산 보류하는 조항, 회원 탈퇴 시 잔여 포인트를 소멸시키는 조항 등이 대표적이다. 약관보다 별도의 운영정책을 우선 적용하도록 한 구조 역시 투명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개선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조치는 특정 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플랫폼 산업 전반의 약관 관행을 점검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빠르게 성장한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 사업자 중심으로 설계된 약관 구조를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재정비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그동안 약관이 사업자 중심으로 설계된 측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조치를 계기로 책임 범위가 보다 명확해진 만큼, 이용자 신뢰를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와 운영을 함께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