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바이오 세포주 부패 방지가 우선"…삼성바이오 파업 '실효성' 반감될까

법원 농축·원액충전 등 핵심 3개 공정 쟁의 제한 노조 파업 강행 예고 불구 생산 리스크는 일정 해소

2026-04-24     민보영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녹색경제신문 = 민보영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낸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세포주 변질 등 핵심 공정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파업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쟁의권 행사의 정당성과 가동 중단 시 의약품 생산에 미칠 치명적 영향을 동시에 고려했다는 평가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로 파업을 통한 처우개선 등 노조의 카드는 일정 부분 동력이 반감됐다는 분석이다. 삼성바이오 상생지부는 제한된 공정에 불과하다며 파업 강행을 예고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민사합의21부는 삼성바이오 사측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며 이 같이 쟁의행위 범위를 제한했다. 법원은 "노조가 쟁의행위 기간 중 조합원이나 제3자를 통해 해동된 세포주의 변질이나 부패 방지 작업 중 일부를 중단하도록 지시하거나 지침을 배포해서는 안 된다"며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해악을 고지하는 등의 방법으로 임직원이 위 작업에 종사하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구체적인 제한 항목으로는 ▲농축 및 버퍼교환 ▲원액 충전 ▲이와 연관된 버퍼 제조 및 공급 등 3개 핵심 공정이 포함됐다. 이는 노동조합법 제38조 2항이 규정하는 "원료나 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 범위를 바이오 산업에 적용해 구체화한 최초의 사례로 풀이된다. 다만 배양 및 정제 공정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삼성바이오는 그간 배양, 정제 작업 중 어느 하나라도 중단되거나 지연되면 해당 배치(Batch) 전량을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한 번 변질되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이킬 수 없는 바이오 공정의 '비가역성' 때문이다. 법원은 배양·정제 자체를 막지는 않았으나, 제품 완성 단계인 농축과 충전 공정을 보호해 사측이 우려한 '회복 불가능한 손실'에 기준점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판결로 필수의약품을 생산하는 바이오 산업의 특수성이 재확인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반 제조업과 달리 생물체(세포)를 다루는 공정 특성상 작업 중단이 곧 제품의 폐기 및 복구 불능 상태로 직결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산업에서 노동조합법 제38조 2항의 원료, 제품 변질, 부패 방지를 위한 작업에 대해 법원 인정을 받은 최초 사례"라며 "쟁의권은 필수의약품 생산을 맡는 제약바이오 등 전략 산업에서 일부 제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인용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즉시 항고를 제기하며 공정 보호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노조 측 역시 내달 1일 파업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지만, 핵심 공정 인력이 빠진 상태에서 파업이 사측에 실질적인 타격을 미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는 앞서 13차례의 임단협 교섭에 실패한 후 파업 여부에 대한 찬반 투표를 거쳐 내달 1일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노조 측은 회사 측에 14% 수준의 임금 인상과 임직원 1인당 3000만원의 격려금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6.2%의 임금 인상안을 제시한 사측은 인사·제도, 경영권 운영 합의 등에 대해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해당 판결이 5월 총파업을 예고한 삼성전자 노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처분 소송의 논리가 유사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사측은 지난 중순 수원지방법원에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생산라인이 멈출 경우 웨이퍼 폐기, 장비 손상, 재가동 지연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