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머니무브’ 소외된 현대차증권...적립금 이탈 속 반등 가능성은

1분기 증권사 퇴직연금, 현대차증권만 역성장 DB형 캡티브 비중 87% 구조적 한계 노출 IRP 적립액 19.08% 성장...리테일 경쟁력 회복 신호

2026-04-23     나희재 기자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국내 퇴직연금 시장이 은행권에서 증권사로 자금이 대거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을 맞이하며 131조4292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말(122조9283억원) 대비 불과 3개월 만에 8조5000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다만 전통의 강자로 군림해온 현대차증권은 오히려 적립금이 감소하는 성적표를 받아들며 업계 전반의 흐름과 대조적인 행보를 보인다.

23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석 달 만에 8조원 이상 늘며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IRP 부문에서 5조5000억원 가까이 적립금이 증가하며 전체 성장세를 견인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현대차증권의 경우 전체 사업자 중 유일하게 총 적립금이 감소했다. 현대차증권의 1분기 총 적립금(DB·DC·IRP 합계)은 18조8552억원으로 지난해 말 19조1904억원 대비 약 3352억원 감소했다. 타사들이 평균 1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인 점과 비교하면 사실상 시장 확대 국면에서 경쟁사에 점유율을 내준 셈이다.

이러한 역성장의 결정적 원인은 주력 부문인 확정급여형(DB) 자산의 대규모 이탈에 있다. 현대차증권의 1분기 DB형 적립금은 15조5029억원으로 전 분기 16조4012억원에서 8983억원 감소했다. 1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빠져나간 것이다.

이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물량을 중심으로 형성된 캡티브(Captive) 마켓 구조의 한계가 드러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DB형 적립금 15조5029억원 가운데 13조5627억원이 계열사 물량으로, 비중은 87%에 달한다.  

다만 리테일 시장의 핵심 지표인 개인형퇴직연금(IRP) 부문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점이 주목된다.

현대차증권의 1분기 IRP 적립금은 2조4369억원으로 전 분기(2조465억원) 대비 3904억원 증가했다. 증가율은 19.08%에 달한다. 이는 전체 증권사 가운데서도 상위권 수준으로, 아이엠증권과 KB증권 정도만이 이를 상회하는 증가율을 기록했다.

주목할 부분은 현대차증권이 이번 역성장을 계기로 전사적인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증권은 2분기 수시채용을 통해 퇴직연금 제도기획·시스템 개발·영업·컨설팅 등 핵심 분야 인재를 확보하며 조직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단순 외형 확대를 넘어 수익률 중심의 질적 성장으로 전략을 전환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증권이 리테일 경쟁력을 바탕으로 IRP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결국 누가 더 정교한 자산 배분 전략과 차별화된 수익률을 제공하느냐가 향후 점유율 반등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