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평화 타결’ 임박에도... 항공업계 2분기 실적 전망은 ‘먹구름’
항공유 급등 여파 시차 반영...“지금부터가 비용 부담 구간” 국내외 항공사 동시 감편...글로벌 공급도 3% 축소 정부 유류세 인하·할증료 규제 완화 카드낼지 주목
[녹색경제신문 = 한승진 기자]
중동발 군사 충돌이 완화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급등한 항공유 가격의 여파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며 항공업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 국내외 항공사들은 수익성 방어를 위해 감편에 나서고, 글로벌 운항 공급도 감소세로 전환됐다. 전통적 비수기인 2분기에는 실적 급감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은 비용 급등에 대응해 운항 축소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요 국적 항공사 10곳은 3~6월 사이 수백 편 규모의 항공편을 감편하거나 비운항하기로 했다. 수익성이 낮은 노선을 중심으로 ‘선별 감편’에 나선 것이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감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에어로케이·진에어·제주항공·티웨이항공 등은 수백편 규모 운항을 줄였고, 이스타항공과 에어프레미아도 노선 축소에 나섰다.
에어부산·에어서울 등도 감편에 동참하며 비상경영에 돌입했고, 대형항공사 역시 일부 노선 조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감편은 5~6월 한시적 조치로, 이후 순차적으로 재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국내 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항공업계 전반이 ‘자기보호 모드’에 들어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주요 20대 항공사 중 대부분이 5월 운항을 줄였고, 항공 데이터업체 시리엄은 글로벌 운항 공급이 약 3% 감소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에 따라 올해 항공 수요 성장 전망도 기존 4~6% 증가에서 최대 3% 감소 가능성으로 하향 조정됐다.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유가 급등은 실적에 후행적으로 타격을 줬다. 2008년 국제유가 급등 당시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항공사들은 1개 분기 이상의 시차를 두고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바 있다. 이번 역시 유사한 흐름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책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과거 고유가 국면에서 정부는 항공유에 적용되는 유류세 인하, 공항시설사용료 감면, 항공사 유동성 지원 등을 통해 업계 부담을 완화한 바 있다.
이번에도 유가 급등이 장기화될 경우 유류세 추가 인하나 항공사 비용 지원책 검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항공권 가격에 반영되는 유류할증료는 상한 규제 체계가 있어, 비용 상승분을 즉각 전가하기 어렵다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지적된다.
한편, 이미 증권가에서는 2분기 실적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1분기에는 여객 수요 회복과 성수기 효과로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냈던 대한항공도, 2분기에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LCC들은 적자 지속 가능성이 거론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항공유 가격은 통상 2~3개월 후 비용에 반영되기 때문에 지금이 가장 부담이 커지는 구간”이라며 “유가가 안정되더라도 2분기 실적은 이미 영향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중동 리스크가 완화되더라도 항공업계의 실적 회복은 한 박자 늦어질 전망이다. 감편과 비용 통제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본격적인 반등은 유가 안정이 실제 원가에 반영되는 시점 이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