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국내 패키징 라인 베트남 이설 추진…협력사는 동반 이전 제안에 '난감'
국내 HBM 증산 공간 확보 위해 범용 라인 순차 이설 추진 삼성 매출 의존도 높은 2차 협력사들, 이전 비용 부담 가중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삼성전자가 충남 천안·온양 사업장의 범용 D램 후공정 라인을 베트남으로 옮기고 그 자리를 HBM 라인으로 채우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협력사들에게 동반 해외 진출이 제안되면서, 설비 이전 비용 부담이 큰 2차 협력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충남 천안·온양 사업장에서 가동 중인 범용 D램 패키징 및 후공정 테스트 라인 전체를 베트남으로 순차 이설하는 로드맵을 가동했다. 일부 라인을 선행 이전한 뒤 시험 생산과 수율 검증을 거쳐 본 물량을 단계적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2027년 10월 베트남 현지 초도 양산 시작을 기점으로 2030년까지 설비 이전 전체를 마무리하는 계획이다.
이번 결정의 배경은 국내 사업장의 공간 부족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천안·온양 사업장을 중심으로 HBM 후공정 라인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HBM 설비 확대를 위한 물리적 공간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범용 D램 라인을 외부로 옮겨 유휴 공간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베트남에 반도체 후공정 거점 구축을 추진 중이며, 외신에 따르면 투자 규모는 약 40억달러(약 5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의 2025년 사업보고서 기준 DS부문 메모리 생산지는 한국(화성·평택 등)과 중국만 기재돼 있어, 이번 이전이 완료되면 베트남은 사실상 신규 반도체 생산거점이 될 전망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베트남 현지 최대 외국인직접투자(FDI) 기업으로, 베트남은 삼성전자가 이미 스마트폰 생산을 중심으로 대규모 제조 인프라를 구축해 온 지역이다. 설비 이전이 완료되면 삼성전자의 메모리 후공정 체계는 국내(HBM 등 첨단 제품)와 베트남(범용 제품)으로 이원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공급망을 구성하는 협력사들에게도 베트남 동반 이전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협력사들은 이전 여부와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한 안(案) 제출 단계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협력사들은 통상 1차와 2차로 나뉘는데, 설계와 영업, AS 등을 담당하는 1차 협력사들은 시설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대부분 형식을 갖춰 따라가는 분위기다.
문제는 2차 협력사들의 상황이다. 직접 제조 설비를 운영하는 이들은 단순 인력 이동이 아니라 수십억원대에 달하는 가공 및 제조 설비를 통째로 옮겨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 리스크를 안게 된다.
삼성전자 측은 이전 업체에 ‘물량 수주 확대’ 가능성을 제시하며 사업 기회를 함께 검토하자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협력사들은 주요 거래처와의 협력 관계를 고려해 제안을 신중히 들여다보는 분위기다. 특히 매출에서 삼성전자 비중이 높은 업체일수록 향후 물량 확대 가능성과 사업 지속성을 함께 고려해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이전과 관련한 구체적인 비용 지원 방안은 논의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1차 협력사들은 영업이나 서비스 조직 중심으로 이동이 가능해 비교적 부담이 적은 편이지만, 직접 가공을 담당하는 2차 협력사들은 설비 이전 시 적지 않은 비용이 수반된다”며 “물량 확대 가능성이 제시된 만큼 함께 이전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지만, 비용 측면도 같이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협력사 관계자는 “현재는 초기 검토 단계로 내부적으로 진출 여부를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다”며 “주요 거래선과의 협력 방향을 감안하면서도 비용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